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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의 노트 Sep 30. 2022

[2022 이탈리아 #2] 바티칸과 로마

피에타를 보고 느낀 감동의 순간, 그리고 수천 년의 역사 속으로.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사실 어젠 도착해서 공항 근처에서 노을만 보고 잤으니

본격적인 여행은 오늘부터 시작이나 다름없다.




오늘은 한국에서 온 팀 만나는 날.

1편에 언급했던 바와 같이,

여행 초반부는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 투어에 현지 조인해서

며칠동안 여행을 함께 한다.




첫 코스는 바티칸 시티.



바티칸이 로마 안에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한 도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바티칸은 엄연히 하나의 독립적인 도시 국가이다. (국가 원수는 교황)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국가이지만, 영향력은 엄청나고 (전세계 카톨릭 신자 수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음)

출산율은 제로인 나라 (국가 안에 주교, 신부님, 수녀님 등만 있으니)






                                                                                           



바티칸 안에 들어왔다.  



그냥 팁 몇 가지를 말하자면,


1. 바티칸은 웬만하면 투어로 오길 추천한다.

아침부터 땡볕 아래 줄을 잔뜩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보통 투어를 신청하면 패스트 트랙처럼 적은 대기 시간으로 빠르게 입장할 수도 있고,

바티칸 안에 있는 예술작품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보는 것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오디오 가이드도 있지만, 질문 있으면 질문도 하고 길 안내도 받고. 개인적으로 투어 추천)

2. 성당에 들어가기 때문에 맨발에 슬리퍼, 민소매 옷, 미니스커트나 짧은 반바지는 피한다.

3.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벽화가 그려진 시스티나 성당에선 사진 촬영(폰카 포함) 금지!












피냐 정원.

내가 온 8월 초는 전세계 여행 극성수기에 속하는데,

코로나 규제가 풀린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사람이 생각보단 많지 않아서 좋았다.

(그 댓가로 잔뜩 오른 물가 비용을 지불...)








각자의 층에서 바티칸을 감상하는 여행자들.






"나도 쉬는 시간이 필요해"











                                                                            2022.08. 바티칸에서 바라본 로마 |2470GM2



바티칸 박물관에서 바라본 바티칸과 로마의 풍경











아니, 바깥에 보니 사람이 별로 없는 줄 알았더니

여기 다 모여있네.







투어로 왔으면 깃발을 잘 따라가야 한다.






난 2014년에 이어 바티칸은 두 번째 방문이기 때문에

박물관 내에 있는 작품들 사진은 따로 찍지 않고 작품 감상 및 설명 청취에만 집중했다.

사실 2014년에 박물관 내 예술작품들을 열심히 찍었지만,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 수십, 수백 개의 예술작품 사진들을

내 카메라로 찍는다고 해도 나중에 따로 보지는 않게 되더라.





그 중에 유일하게 찍은 작품이 있었으니,




                                                    




미켈렌젤로의 피에타.


십자가에 못 박혀 세상을 떠난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매장하기 전,

그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가 죽은 아들을 무릎 위에 안아보고 있는 슬픔을 나타낸 작품.


다른 피에타 작품들과 달리

성모 마리아의 얼굴을 젊고 아름답게,

그리고 아들의 죽음에 대한 무한한 슬픔을 딛고 초연한 표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표현했는데

이 작품을 바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내 속에서도 슬픔의 감정이 솟아 나와

결국 탄식이란 감정의 소리로 드러내게 되더라.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이름을 유일하게 새겨 놓은 이 걸작을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성 베드로 성당.


돔에 난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의 갈래가,

이 거룩하고도 멋진 성당의 내부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고 있었다.



















아름다운 성당 내부를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교님, 신부님이 나오셔서 제단 위에 오르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성가대가 부르는 거룩한 성가가 흐르고

사람들은 기도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잠시 눈을 감고 성호를 그어

내 간절한 소망과 바람을 기도했다.

수 년간 냉담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반성하며.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신앙심의 깊이를 떠나서,

이런 곳에 들어오면

일단 멀리했던 기도를 하게 되고, 내 자신의 행동들을 짧게나마 반성하며

내 소망을 기원한다.


그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여부는

나에게 달려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잠시 무언가에 기대서 의지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 거룩한 곳에 온 충분한 보람을 느끼게 된다.




기도를 끝내고 광장으로 나간다.

여전히 하늘은 푸르고 바티칸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바티칸의 스위스 근위대.



1527년 사코 디 로마 전투 때, 교황이 탈출할 시간을 벌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끝까지 싸워 지켜낸 (189명 중 147명 전사) 스위스 근위병을 기리기 위해

지금까지 오직 스위스 근위대만 고용하게 된 전통이 아직까지 내려온다.

그 '용기와 충성' 그 자체인 근위대.



모든 관람이 끝나고

바티칸을 뒤로 한 채 로마 시내를 걷는다.


                                                                                        2022.08. 바티칸 전경 |2470GM2



바티칸, 안녕.










바티칸에서 로마로 향하는 길.





그리웠어! 이 유럽의 색감과 풍경.





나를 비롯한 주변의 모든 이들이 행복해 보인다.





몇백년 된 건물은 전통적인 건물로 쳐주지도 않는다는,

오랜 역사적 산물을 그대로 간직한 로마.


그 오랜 역사를 품은 도시 위를,

21세기의 내가 걷고 있다.







역시 미켈란젤로의 손길이 만든 캄피톨리오 광장.





포로로마노 로 가는 길






고대 로마 시대 시민들의 생활 중심지, 포로 로마노.

약 2천년이나 된 역사 유적이 내 앞에 있다니.










투어 팀과 떨어져 따로 거닐고 있어서

이 건물 하나하나가 어떤 건물이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온통 주변이 "내가 로마 제국의 역사요" 하고 써있는 듯 하다.








걷다 보니 콜로세움.

콜로세움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로마 편에서 따로.






2천 살이나 된 콜로세움과 건배.

크으...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어떤 블로그를 보니, 콜로세움 앞에 있는 이 개선문을

'파리 개선문을 그대로 모방해서 지은 로마의 개선문' 이라고 표현을 해놨던데,

이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 파리의 에투알 개선문보다

대략 1500년은 먼저 지어진 개선문이다.







1세기에 지어진 원형 경기장을 감상하는

21세기의 사람들.






                                                                2022.08. 콜로세움에서 만난 로마의 노을 |2470GM2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분홍빛 노을이 하늘을 물들고 있었다.


투어에 속해있는 지금의 로마 여행은 오늘이 끝.

하지만 열흘 뒤에

나 홀로 이 곳 로마에 다시 와서

4일을 지내게 된다.



로마 구석구석의 기록과 사진들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기로.



   - 코로나 시국에 다녀온 이탈리아 여행 2편, <바티칸과 로마 시내 편> 끝 -






                                     <다음 편>


  내 눈과 귀와 마음 속까지 모두 뻥 뚫어주던 이탈리아의 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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