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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의 노트 Sep 30. 2022

[2022 이탈리아 #3] 환상적인 이탈리아 남부 上

비운의 도시 폼페이와 돌아오라 소렌토


오늘은 이탈리아 남부로 떠나는 날.


보통 이탈리아 남부는 개인 여행으로 가기도 하지만 주로 현지 투어를 통해 많이 간다.

그래서 이탈리아 남부 투어는,

아마도 이탈리아 현지 투어 중에서 투어사 및 투어 종류가 가장 많을 듯.


아무래도 로마에서 남쪽으로 300km 정도 내려가다 보니

차에서 왕복 8시간 이상을 있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투어 가이드가 개그나 1인 토크쇼 컨셉으로 상품을 만든 곳도 있을 정도.


그 대부분의 현지 당일 투어들은 폼페이 > 포지타노 해변 > 나폴리 코스로 가지만

지금 내가 속해 있는 팀은 포지타노를 패스하고

폼페이 > 소렌토 > 카프리섬 > 나폴리항에서 로마

이 루트로 간다.





                                                                                                    <출처 : Google map>






로마 아래 Fiuggi라는 도시에 있는 호텔에서 출발!




이탈리아는 호텔 앞 골목조차 유럽 갬성이 넘치네.






새벽부터 출발한다고 피곤했는지

폼페이로 내려가는 몇 시간 동안의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걸 보니

내려가는 내내 꿀잠에 빠진 듯하다.






폼페이 도착.




폼페이는,

상업이 발달해서 꽤 번성했던 큰 고대 항구 도시였는데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의 갑작스러운 폭발로 인해

18시간 만에 도시 전체가 잿더미가 되어 땅 속 깊이 묻혀버린 비운의 도시이다.

(아마도 폭발 전에 전초 현상이 보였겠지만,

그 시대 사람들은 화산 폭발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알 수 없었겠지.)


1592년에 이 지역을 공사하던 중에

건물이나 벽화 등이 발굴되는 바람에 폼페이라는 비운의 도시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사실 이곳은 사진을 찍거나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오는 곳보다는,

번성했던 화려한 도시가 18시간 만에 화산재에 뒤덮여 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땅 속에 남아있다가 발굴된 도시의 흔적, 유적들을 감상하러 오는 곳이다.







이곳은 실제 그 시대 때 마차가 지나갔던 길, 양 옆은 상점가.

마차의 말고삐를 묶어놓는 곳, 바퀴가 지나가며 파인 홈,

상점에 새겨진 벽화로 인해 알 수 있는 상점의 종류까지

그 당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저기 보이는 산이,

도시 전체를 삼켜 버린 바로 그 베수비오 화산.


지금은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 활화산으로, 언젠가 다시 폭발할지도 모르는 화산이다.






                                                                                                        2022.08. 폼페이의 풍경 


지금도 계속 발굴 중.


사실 실제 이곳에 가보면,

이런 건물 유적들 뿐 아니라

죽음의 공포에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가족, 연인들의 재로 덮인 화석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이가 엄마 품에서 아빠 품으로 달려오다가 그대로 굳어버린 화석도 있는데

이런 사진들은 사진으론 차마 남기기엔 너무 슬플 것 같아서

그냥 풍경 사진만.





이렇게 역사적 흔적으로만 남은

비운의 도시를 뒤로 하고 떠난다.












점심 식사 시간.

여행에서 식사하는 내내(아침 식사 빼고) 식사와 함께 즐겼던 페로니 맥주.


한국에선 점심 식사하며 이렇게 반주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여행에선 이 또한 운치 중 하나.










소렌토로 가는 기차역.

가자 소렌토로.




기차역에서 한 장.



이번 여행에서,

중간중간 만난 인연들, 일행들 사진을 많이 찍어줬는데

한국에 와서 사진 정리해 보니

그들 사진은 250장,

내 사진은 5장...


몇 안 되는 여행 속 내 사진이다.








소렌토 도착.


벌써부터 남부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언젠가 이탈리아 남쪽에 있는 시칠리아 섬도 꼭 한번 가보고 싶은데

이곳은 살짝 사진으로 본 시칠리아 거리 느낌과도 비슷하다.




광장을 지나 어느 다리 위로 올라가니.....




                                                                2022.08. 소렌토와 처음 맞이한 순간 |2470GM2




와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이런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양쪽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로 건물이 있고,

그 사이에 차도,

그리고 저 멀리 지중해가 보인다.

그리고 나에게 불어오는 바닷바람.


정말 여행 최고의 순간 중 하나.










저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

그 계단마저도 운치가 넘친다.



부푼 마음을 그대로 묶어 놓은 채

소렌토의 아름다운 거리를 천천히 둘러본다.












                                                                                   2022.08. 잠시 스페인을 떠올리게 한 골목




너무 쁘띠쁘띠한 거리보다

이렇게 약간 빈티지한 유럽의 거리 풍경을 꿈꿔왔어.












도로만 찍어도 이렇게 아름답다니.






배가 잔뜩 부른 게 아니었다면

정말 이곳, 저곳 보이는 식당에 한 번씩 앉아서

파스타와 와인 한 잔 하고 싶었다.








골목길에 오토바이 타던 아저씨 한 분이 계셨는데,





내가 골목 사진 찍는 것을 보고,

헬멧도 천천히 벗으시면서 씨익 웃어주시고 일부러 포즈도 고정해 주시더라.


유럽 사람들의 여유란.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이렇게 거리만 걸어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한국에선 늘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걷는데

이곳에선 내가 즐기기 위해 걸어가니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 내가 본 오토바이는,

빠른 배달이란 목적의식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온갖 신호 다 무시하고 빠르게 달리는 오토바이들 천지였는데

이곳의 오토바이는

즐기기 위함의 목적의식에 적당히 몰두해서

달리는 모습에도 행복이 묻어 있다.





나도 이 노부부처럼

나이 들어서도 멋지게 차려입고

행복한 여행을 하며 살 수 있게 될까.







이제 소렌토를 뒤로 하고,

카프리섬으로 떠날 시간.

다시 걸음을 바삐 옮겨 항구로 간다.







                                                    2022.08. 소렌토 작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 |2470GM2








골목 안 작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도 있었다.

이렇게 낭만적인 곳에서 결혼이라니.


두 분의 앞날에

지금 이 순간과 같은 낭만과 행복이 영원히 가득하기를.




                                                    - 환상적인 이탈리아 남부 上편 <소렌토, 폼페이> 끝 -







                                                                <다음 편>


                                                         가자! 카프리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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