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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의 노트 Oct 01. 2022

[오늘의 일기] 오사카행 항공권을 구매해버렸다.

많은 고민의 최종 승자는 결국 교토愛


단체 여행 외에는 입국 허용을 해주지 않았던 일본이

10월 11일부터

개인 여행을 허용하고 비자 또한 없앤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그 발표에 내가 왜 설렘을 가졌던 것일까.

이탈리아 가서 목돈 쓰고 온 지 얼마나 지났다고.


하지만 결국 나는 이성의 끈을 살짝 놓아버린 채

항공권 검색에 들어갔다.

무비자, 자유여행을 허용한다는 발표 직후 일본행 항공권 검색을 하는 사람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지

항공료가 생각보다 매우 오른 상태였다.

무비자 발표 전에 항공권을 구매한 사람이 승자.

나는 패자가 되었기에 마음을 접었어야 했건만

한번 열린 일본 여행의 꿈은 숫자에 굴복하지 않았고

결국 결제 완료.



사실 결제 당일 취소 시 페널티 요금이 없기에 결제를 완료한 후에도 꽤나 고민을 했다.

일본 여행을 추진하기엔 여러 가지 제약들이 나의 발목을 잡고 있기에.

카드값이 매 달 최고 수치를 경신하고 있고

이탈리아 여행 사진 보정 작업은 아직 50%도 안된 상태이기에

여기서 사진이 더 쌓이면 결국 취미가 숙제라는 성격을 가지면서

결국 다 놓아버릴 가능성도 높으며,

하루가 1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바쁘게 보내고 있는 요즘,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운다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

예측조차 되질 않는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 아주 무서운 말 -

역마살은 이 모든 제약들보다 힘이 강했고

'갈까 말까'를 고민해야 하는 머리는

'도쿄를 갈지, 교토를 갈지'를 고민하고 있었으며

지난 일본 여행 사진을 꺼내 본 어리석은 행위는

타오르고 있던 여행의 결심에 기름을 끼얹어 버렸다.

결국 결제 당일을 넘겨 버려

이미 위약금이 15만원이 넘는(왕복 항공권의 절반) 지경에 이르렀다.

이젠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셈.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중 한 곳인 교토로 선택을 했다.

도쿄로 선택을 하면

그리웠던 후지산의 풍경도 다시 볼 수 있고

오모이데요코초를 담는 낭만을 다시 누릴 수 있었지만,

그보다 고즈넉한 가을 교토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최종적으로 오사카행 항공권으로 선택.

오사카 공항에 내리자마자 하루카를 타고 바로 교토로 넘어가

그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항공권을 끊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거침없었다.

수많은 숙소 사이트를 열고 최저가를 검색해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 시 필요한 교통 패스를 계산했으며

일본 여행 카페에 여러 가지 질문글까지 올렸다.

결정이 어려웠지, 결정이 끝난 뒤에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

결국 여행 준비의 80%를 끝내버렸다.



내가 가는 11월 중순의 교토는

한창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기에

아마도 전 세계의 여행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곳을 가든 사람 많은 것을 매우 매우 싫어하기에

그 점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녹음과 단풍의 사이의 애매한 빛깔 아래의 교토를 보고 싶진 않았다.

결국 11월 중순으로 확정.

더 아름다운 풍경을 선택했기에, 그에 따르는 많은 인파는 내가 감수해야 할 숙제.




다녀오면 또 카드값을 걱정하겠지.

밀린 업무와 숙제들 때문에 힘들어하겠지.

3달 동안 2번이나 해외여행을 했다는 부담감이 문득문득 들겠지.


하지만 괜찮다.

내 인생의 가치를 저울로 만들어 무게를 잰다면

위의 저 숙제들보다

여행자로서 느끼는 내 행복의 무게가 더 클 것임을 알기에.



한 달 반 뒤에 만나자, 교토.





PS -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도 내 스피커에선 일본 애니메이션 ost가 흘러나오고 있다. 

애초에 답이 정해진 고민을 했던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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