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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의 노트 Oct 07. 2022

[2018 도쿄 #1] 도쿄타워와 후지산

도쿄타워와 후지산을 찾아서


이미 몇 년이 지나,

기억의 유통기한이 살짝 지난 상태.


하지만 이때 나는

신나게 돌아다녔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으며,

무척 행복했기에

이렇게 짧은 기억이나마 더듬어 기록을 남겨두기 위해 쓴다.





때는 바야흐로 2018년.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도쿄타워'를 읽고

문득 도쿄타워가 보고 싶어졌다.


여행은 갈 수 있을 때 떠나자! 라는 것이 내 지론이기에

바로 항공권을 끊고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난다.









착륙 3~40분 전쯤, 비행기 창밖을 바라보니

후지산 정상이 보인다.






구름 위로 솟아 나온 후지산 정상을 보니,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래, 후지산도 보고 오자.

원래 계획에 없던 후지산도 일정에 넣기로 마음먹는다.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들어간다.










드디어 렘 롯폰기 호텔에 도착.

신주쿠에 숙소를 잡으면 여행 내내 동선이 편해지지만,

이번 나의 도쿄 여행의 방아쇠는 '도쿄타워'라는 녀석이 당겼기에

도쿄타워 뷰가 있는 이 호텔로 정한다.









도쿄타워가 잘 보이는 객실로 달라고 한 번 더 부탁하니

프런트 직원은 살짝 웃으며 17층의 룸 키를 준다.

저 웃음의 뜻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17층으로 올라가 객실 문을 열어 보니,



와... 도쿄타워가 너무 예쁘게 보이는 룸이 아닌가.



그 여직원의 웃음은, 아마도

'너 들어가 보면 나한테 감사할 거야'

의 뜻이었는 듯하다.






객실에 들어가서 짐도 풀지 않고

한참 동안 창밖을 감상하며 앉아 있었다.

이 하나만으로도 이번 여행에 후회라는 건 없다.








하지만 호텔방 안에서만 있으려고 여행 온 것은 아니니,

다시 나간다.







매일 헤어 왁스 바르는 것도 귀찮아,

카우보이 모자 하나 사기 위해 빈티지 패션의 거리, 시모키타자와로 향한다.







도로에 예쁜 자전거가 어찌나 많던지,

모자를 사러 와놓고선 자전거만 신나게 찍는다.













결국 모자는 사지 못하고,

자전거 사진만 잔뜩 들고 왔다고 한다.







숙소 근처에 있는,

롯폰기에서 나름 유명한 이자카야 '조몬'으로 간다.









내 살다 살다,

술 박스 두 개 쌓아놓고 그걸 의자 삼아

가게 밖에서 가게 안을 들여다보며 술 마시기는 처음이다.

창틀을 마치 테라스 테이블처럼 활용하는 이자카야 사장님의 두뇌가 범상치 않아 보인다.









유명할 만한 이자카야였다.

안주가 너무 맛있어서 5천 엔을 순식간에 털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살짝 취기가 오른 상태로 호텔로 들어가,

창밖 도쿄타워를 감상하며 행복한 잠에 빠져든다.









달콤한 밤은 지나고 새벽에 깨어난다.


하루 첫 일과는,

객실 커튼을 열어 새벽 여명 속에 있는 도쿄타워 감상하기.






오늘은 하루 종일 구름 한 점 없을 것 같다.

후지산을 보기 위해

신주쿠에서 1시간 반 이상을 가야 하는 가와구치코로 가는 일정으로 정했다.

(구름 있는 날엔, 후지산 정상을 보지 못하고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후지산은 애초에 한국에서부터 계획된 일정이 아니었기에

따로 버스표 예매를 하지 않았는데

아뿔싸, 9시에 갔는데 죄다 매진.

결국 12시 출발 티켓이 하나 남아 그걸로 예매한다.



도쿄에서 정오에 출발하게 되면

가뜩이나 해가 빨리 지는 이곳에서 후지산을 얼마 보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할 것 같아 고민했지만

후지산은

시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날씨 아닐까. 

그냥 강행하기로 한다.




아침을 거하게 먹을 시간이 없어서

신주쿠 역 앞에서 햄버거로.








신주쿠에서 한 시간 반쯤 달리니, 버스 앞창 너머로 후지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가와구치코 역에 도착.

다행히 오늘은 후지산을 보기에 딱 좋은 날씨.










가와구치코 역에서 1 DAY 티켓을 사고 버스를 타,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스폿에 내리며 후지산을 마음껏 감상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가와구치코.

자연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든 빛깔을 뽐내기 위해 점점 짙어져만 간다.














후지산의 풍경에 취하고,

가와구치코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취하고,

깊어가는 가을의 향기에 취하고.


인적도 드문 이곳에서 그림에나 나올 법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혼자 거니는 행복을 질투했는지

시간은 너무나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가고 다시 도쿄로 돌아가야 할 시간.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어

마음은 그곳에 놓아두고, 내 몸만 홀로 도쿄행 버스를 탄다.



[2018 도쿄 여행 #1] - 도쿄타워와 후지산 편 끝









<다음 편>



<슬램덩크의 흔적을 찾아서 - 가마쿠라, 에노시마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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