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overcome language barriers
처음 와서는 아무것도, 아는 사람도 없이 똑 떨어지다 보니 혼자서 우버를 타고 다니면서 소셜넘버 신청하고, 집구 하고, 차 알아보고 하는 것들이 나한테는 당면한 과제였다. 한국에서도 월세방 구하려면 계약하기 전에 긴장하곤 했었는데, 영어로 계약서를 쓰고 서명하고 물어보고 설명 듣고 하는 건 나한텐 아주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상황에 내몰리니 해야 할 터. 날마다 새로운 일이 벌어졌고, 그때마다 "에라 모르겠다. 안 하면 안 되니까" 하면서 해결했다. 그리고 지금은 날마다 영어 때문에 사소한 이벤트가 종종 벌어지곤 하는데, 똑같은 약도 이들의 발음대로 말해야 알아들으니 일하면서 날마다 영어 학습의 장이 펼쳐진다. 영어학원도 별로 다녀본 적 없고 고등학교 때 일주일에 대여섯 시간 남짓했던 영어시간을 그렇게도 싫어했던 내가 하루에 12시간짜리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의 총체적 영어환경에 내몰리니 머리가 쉴 틈이 없어서 항상 퇴근하고 나면 집에 가는 것보다 "이제 영어 안 써도 된다"는 생각에 어깨춤을 추면서 나오곤 한다.
다행인 건 그래도 내가 간호사로 일을 했었고, 간호는 미국이건 한국이건 큰 맥락은 다르진 않다는 것. 상황상 환자가 어떤 불편을 호소하는지 엄청난 속도로 구동사를 뱉어내며 뭉개어서 말해 도무지 또박또박 알아듣긴 힘들어도 "그래 이런 수술받고 지금 통증이 있을 거고, 아마 그것 때문에 날 불렀겠지" 하면서 나만의 교과서 영어로 다시 되묻는다 "그래 그래서 너 지금 진통제 원하는 거지?". 그렇게 눈치반 경험에 의한 판단 반에 영어 한 스푼 정도 끼얹어서 날마다 의사소통의 늪에 허우적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조금은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느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가끔은 "도대체 내가 학교에서 12년을 배운 영어는 어디로 증발했는가" "말도 또박또박 알아듣지 못하면서 뭘 하려고 이러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몰라서 용감했던 시작과 같이 역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닥친 상황만 해결하면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같이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깊이 가지고 있다. 유학이나 어학연수의 경험도 전무하고 영어를 싫어해서 영어학원도 어쩔 수 없이 시험 칠 때만 머리 싸매며 갔던 나의 비루한 영어실력에도 일하는데 큰 문제가 없는 것을 보면 이건 내 영어실력보다는 주변인의 사려 깊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입장을 바꿔 과연 한국에 온 나와 같은 외국인 스텝이 나처럼 말하면서 같이 일하면 나는 이 친구들처럼 진중하게 듣고 잘 이해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니 나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그렇게 미국에 와서도 젼혀 도움 따윈 받지 않을 것 같았던 내가 무한한 도움을 받아가며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