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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 Feb 28. 2024

통증

통증은 내가 살기 위한 몸부림

치과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미루고 있었다. 치과에 가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잇몸치료는 총 4번에 걸쳐서 받아야 한다. 마취를 잇몸에 하고는 치료가 들어간다. 치과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마취주사가 눈에 들어온다. 간호사인 난 많은 주사기를 만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주사를 놔주었지만 치과에서의 주사기는 보기만 해도 두려움이 올라오면서 통증을 느낀다. 치과의사가 다 가 오너니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있다. 이제 시작한다는 말과 함께 나의 심장은 요동을 치고 있다.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온몸이 경직이 된다. 나도 모르게 양손을 불끈 쥐고는 마음속으로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의사는 금방 끝난다고 하면서 아프면 손을 들어서 표현하라고 따뜻한 말을 건넨다.

4번의 주사기가 내 잇몸에 들어와 마취제가 스며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 

실은 주사기의 아픔보다는 마취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엄마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순간이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그 기억이 통증으로 나의 마음속에 두려움이라는 것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때 온몸의 힘이 빠지면서 마취를 당한 느낌이었다. 내 인생을 내 스스로 할 수 없고 뭔가 나를 덮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두려움이 나를 엄습해오더니 마취제의 기분이 그때의 통증을 되살아나게 한다.

엄마와의 마지막 순간이 나에게는 트라우마가 되었던 것이다. 마취제에 나의 몸은 그때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몸은 지치고 힘이 없어진다. 의식적으로 행동하려고 하지만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통증에 반응하여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을 느낀다.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육체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과 기억을 바탕으로 실체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마음속 깊이 있는 엄마와의 마지막 기억 속에서 나를 어루만지면서 힘들었구나 하고 위로를 건네본다. 

그리고 괜찮다고 나를 보듬어본다.

기억 속의 통증은 나를 위한 성장의 발걸음이 되어가기도 한다.  통증은 내가 살기 위한 몸무림이고 내 몸이 보내는 신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통증이 느껴질때 좀 더 나를 사랑하고 돌보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법을 배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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