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학기 마지막 수업이었다. 어제 내린 비 덕분에 하늘이 맑았다. 그간 학교를 오가며 사진 한 장 찍어 보질 못했는데, 이제야 사진을 남겨본다.
지난 4개월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학기 초 의욕과 달리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유는 역량의 한계, 비효율적인 시간 관리, 그리고 노력 부족이었다.
'기술예측 분석 시스템'부터 '연구방법 총론'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과목이 없었다. 배운 내용을 완벽히 내 것으로 소화하려면 수차례의 복습이 필요했지만, 나는 매주 주어지는 과제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했다.
낯설고 새로운 학문 앞에서 몇 번이고 역량의 한계에 부딪혔다. 기술예측분석시스템 과목의 경우에는 시험 대비도 하지 못한 채 중간고사를 봤다가 좌절하기도 했다.
한 학기를 보내면서 작아진 나를 마주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부족한 수면과 운동량은 집중력을 갉아먹었고, 늘 과제에 쫓기듯 허덕이는 모습은 능동적이지 못했다.
일과 학업, 가정 등 맡은 역할을 모두 잘 해내고 싶었다. 어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나를 감싸 안았다. 몸에 밴 관성을 깨고 변화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기존과 다른 나로 변화하려면 나의 무의식적인 습관을 바꿔야 한다. 나쁜 습관을 하나씩 지워가는 훈련을 해야 한다. 나약해진 정신과 긴장감이 없어진 마음 가짐을 가슴 뛰는 설렘으로 바꿔야 한다. 내가 원하는 모습을 한 장의 그림처럼 선명하게 뇌에 각인시켜야 한다. 몸이 자동으로 그 방향을 향해 움직이도록.
모든 일은 끝과 시작이 있다. 일의 끝에 의미를 두어야 새로운 일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다. 불안한 마음과 조급한 마음을 추스르며 한 발짝씩 앞으로 내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