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동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서 5급 승진리더과정 교육을 받았다. 내 인생에서 ‘한 번뿐인 기회’라는 생각이 들자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교육 처음부터 “1등 하겠다”는 결심은 없었다. 다만 아내에게 농담처럼 “1등 하고 올게”라고 말했을 뿐. 내게 한 약속은 하나였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자. 기록하고 설계하자.
교육생은 총 421명이다. 이 중 광역자치단체에서 147명(35%), 기초자치단체에서 274명(65%)이 참여했다. 5급 사무관 승진은 인사위원회의 승진 의결 뒤 교육 성적이 합산되어 최종 임용이 결정되는데, 기관마다 방식이 달라 결과의 무게 또한 다르게 다가온다. 일부 기관은 실제 결원 수에 맞춰 승진 의결을 하는 반면, 어떤 기관은 예상 결원을 기준으로 의결자를 먼저 확정한 뒤 결원이 생길 때마다 교육 점수를 더해 최종 심사를 진행한다. 후자의 방식은 교육 점수가 사실상 승진의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평가는 논술, 보고서 등 학업성적 평가(40점), 분임활동, 역량교육 등 학습 활동(50점), 교육 생활(10점)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승부처가 될 부분은 단연 ‘분임 활동’이었다. 분임 연구보고서(16점), 분임 발표(12점), 현장학습보고서(8점)까지 총 36점이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역량만큼이나 팀워크와 협업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나는 모든 역량을 분임 활동의 성공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 분임의 연구 주제는 “지방자치 거버넌스 기반 송전선로 주민수용성 제고 방안”이었다. 다소 어렵고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이 주제는 사실 나의 암묵지가 펼쳐낸 카드였다. 박사과정 중 지도교수님을 통해 관련 논문을 접한 경험, 석사 지도 교수님께서 ‘에너지 고속도로’에 관한 자료를 주셔서 탐독했던 기억, 그리고 이번 교육 과정에서 들었던 ‘공공갈등관리’ 수업을 연결해서 주제를 분임원들에게 제시했다. 연구주제는 국가적 현안이면서도, 교육과정에서 배운 지방자치, 지방재정, 갈등관리 이론을 녹여낼 수 있는 최적의 주제였다. 한근태 작가가 그의 책에서 “먼저 공부한 후 문제를 찾아라”라고 말했듯, 막연히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의 교차점에서 해결책을 모색한 것이 주효했다.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보고서 한 편과 12분짜리 발표에 분임의 운명이 걸려있었다. 나는 평가 기준을 철저히 분석하고, 논리적 연계성을 갖추기 위해 여러 번의 수정을 거듭했다. 분임원 소속 기관 사례와 현장 학습에서 문제해결 과정이 잘 나타난 보고서를 만들었다.
발표는 ‘어떻게 12분 안에 청중을 사로잡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도입부 30초짜리 영상으로 주제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연구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전달했다. 분임원 사례, SWOT 분석, 우리가 제안하는 갈등관리 상생 모델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결론을 향해 유기적으로 흐르도록 시나리오를 짰다. 불필요한 미사여구를 덜어내고 핵심만 담아낸 결과, 발표 종료 10초를 남기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꾸준히 지켰기 때문이다.
첫째, 시간 관리다. 6주 후의 나의 모습을 떠올려 봤다.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함부로 쓰고 싶지 않았다. 논술 평가, 보고서 평가, 분임 활동 평가 등 각 단계별 평가에 맞춰 시간을 배분했다.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 당초 생각한 계획이 틀어질 때를 대비한 수정·보완 시간까지 고려했다.
둘째는 건강 관리다. 최고의 컨디션을 위해 6주 동안 주말을 포함해 전체 기간의 80% 이상을 헬스장에서 1시간 30분에서 2시간씩 운동하며 땀을 흘렸다. 단단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뇌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관계 형성이다. 분임 활동은 결코 혼자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나는 공식적인 분임 모임은 빠짐없이 참석하며 동료들과의 유대를 쌓았다. 현장학습 섭외부터 보고서와 발표 준비까지 기꺼이 맡아 나섰다. 이러한 과정은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기회였기에 진정성 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 분임원들이 나를 신뢰해 주었고, 서로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이 쌓이며 팀워크는 한층 단단해졌다. 결국 이러한 결실은 성적우수자 13명 중 4명이 우리 분임에서 배출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넷째, 무의식 학습이다. 운동하거나 걸을 때, 틈틈이 전력망 관련 유튜브 영상을 반복해서 청취했다. 낯선 전문 용어들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올 수 있도록 뇌를 훈련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평소에 차곡차곡 쌓아둔 지식과 경험, 그리고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었기에 단기간에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6주간의 경험은 나에게 사무관이라는 직함 이상의 값진 교훈을 남겼다. 어떤 어려운 과제가 주어지더라도, 명확한 목표와 전략, 그리고 성실한 실행력이 있다면 반드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이는 비단 공직 생활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생에 적용될 수 있는 성공의 방정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