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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산 Nov 26. 2022

모두 다 어머니 편

아버지의 고단한 삶 1

서울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작은아이를 부모님 댁에 살게 했다.

내 동생이 부모님 댁 가까이에 살아 부모님 걱정을 크게 하진 않았지만, 우리 아이가 가 있으면 더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아버지는 손자하고 같이 살게 되었다고 크게 좋아하셨다.

“도배도 새로 하고, 문도 고쳤다.”

작은아이의 방은 내가 대학원 다닐 때 사용하던 공부방이었다.

“손자한테 월세를 많이 받기도 그렇고...”

손자에게 월세를 요구하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나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웃음이 나고 재미있다. 원하시는 대로 용돈 이외에 매달 월세로 35만 원씩 보내드렸다.

어머니는 새벽에 일어나 새 밥을 지으셨다. 여러 번 말려 봤지만, 그 게 큰 즐거움이라고 계속하셨다.


 어느 날 작은아이가 놀란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아빠, 큰일 났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싸우셔. 어떡하면 좋아?”

“별 일 아닐 거야.”

“할머니도 막 대드시면서 싸우셔. 가슴 떨려 죽겠어.”

“그럼... 짐 싸서 기숙사로 들어간다고 해봐.”

그 후부터 부모님이 싸운다는 전화를 받아 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말싸움을 하시다가도 작은아이를 보면

“얘야, 이건 싸우는 게 싸우는 게 아니야.”

하시며, 언성을 낮추시고 싸움을 멈추신다고 한다.


작은아이는 7년 정도를 부모님과 함께 지냈다. 공부를 마치고 직장을 잡은 후 출퇴근이 힘들다고 회사 근처로 방을 옮겼다.

지금 부모님 댁에는 외국생활을 마치고 서울에서 직장을 얻은 큰아이가 세 들어 산다. 부모님은 작은아이에 이어서 큰아이와 같이 살게 되었다고 너무 좋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이번에도 즐겁게 도배장판을 새로 하셨다.

월세는 큰아이가 내기로 했다.


요즘도 부모님은 자주 말다툼을 하신다. 두 분 다 90세가 넘으셨지만 정정하시고 목소리도 언제나 카랑카랑하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아직도 큰소리로 싸우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왠지 웃음이 묻어나기도 하고 부모님이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 편이다. 언제나 먼저 언성을 높이시는 할아버지가 잘못한 거라며, 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착한 아내도 어머니 편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아버지 편을 들어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나도 예전엔 어머니 편이었지만, 요즘엔 가급적 아버지의 편에 서서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90년을 넘게 고단하게 살아온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버지의 인생이 쓸쓸하게 보일지 모른다.

우리 아버지를 쓸쓸하게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아버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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