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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멩이 Jul 05. 2023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②

산후조리원 생활에 관한 기록

자연분만에 성공한 우리는 2박3일의 입원을 마치고, 약 6개월 전 미리 예약해 두었던 병원과 같은 건물에 위치한 산후조리원으로 향했다. 다른 옵션보다 조금 비쌌지만 매서운 겨울 바람과 날씨를 피해서 건물 내에서 이동할 수 있고, 분만한 병원의 의사선생님이 매일 회진을 돈다는 사실이 선택의 이유였다.


대 코로나 시대의 마지막 무렵에 입소하였기에 보호자 1인으로서 산후조리원에 어느 정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3번째 직장에서 퇴사하고 4번째 직장으로 입사하기 이전의  공백기 - 무직백수 - 여서 다른 남편들보다는 아내, 그리고 아이와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병원 분만실에 비하면 산후조리원의 방은 훨씬 쾌적했다. 조금 낡고 좁고 많이 덥긴 했지만 침대도 푹신했으며 매끼 식사와 간식, 빨래, 각종 마사지, 교육 등이 실시되었고, 무엇보다 신생아실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점이 매우 컸다. 시설마다 다르겠지만 우리가 입소한 곳에서는 정말 최소한으로 쉰다면 하루 2시간 정도만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 나머지 22시간을 다른 전문가들이 돌봐주었다. 


먼저 아이를 낳은 친구들(남자)로부터 '조리원이 마지막 자유이며, 그 때를 잘 즐기고 다가오는 시간을 각오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다만, 무직백수였던 나는 친구를 만난다거나 약속을 가거나 하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집과 조리원을 왕래하며 아내에게 필요한 용품을 배송하거나 다시 반송하는 일, 조리원에서 아이에게 수유하거나 트림시키거나 초점책을 읽혀주거나 신생아 두뇌발달에 좋은 음악을 재생하거나 같이 야식을 시켜먹는 일,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운동을 등록하고 운동하는 일, 4번째 직장에 입사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일 등을 했었다.   


일요일에는 교육이나 회진이 없었고, 보통 BCG 접종을 조리원을 퇴소하는 때에 맞춘다고들 하는데 일요일이 퇴소일이어서 하루를 연장해서 월요일에 접종을 한 것, 마냥 순한 줄만 알았던 아이와 동실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각보다 우렁찬 울음소리에 놀랬던 것, 우는 아이를 달래는데 스쿼트가 굉장히 효과가 좋다는 것, 잠시 초음파를 하기 위해 소아과에 내려갔던 것 등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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