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기린 Apr 07. 2024

함부로 맛보지 말도록

자취한끼 - 여담 1. 하겐다즈

얼마 전, 하겐다즈 할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하겐데이를 맞아 파인트 3개를 26,900원에 구매할 수 있던 것.

안 그래도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던 타이밍에 발견한 할인 소식은 결국 나의 지갑을 고민도 없이 열게 만들고 말았다.


내가 구매한 옵션은 1) 딸기 2) 녹차 3) 마카다미아


나의 첫 하겐다즈 경험이었던 네고왕 할인. 그때의 구매 옵션과 똑같이 선택했다.

이유야 뭐 뻔하다. 그때의 황홀했던 경험이 뇌리에 박혀있기 때문.


그때 첫 입을 맛보자마자

'아 왜 이 돈 주고 이거 사 먹는지 알겠네'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렇게 받아본 하겐다즈 파인트 3통은 단 일주일 만에 우리 집 냉장고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오들오들 떨면서도 숟가락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드는,

야심 차게 결심한 다이어트를 대차게 무너뜨리는,

지겹도록 괴로운 기침과 콧물의 기울던 수세가 하겐다즈의 힘을 받아 다시금 거세지는 것을 느낌에도,

그럼에도 아이스크림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녀석들이었다.

[무시무시한 트리오]

그렇게 오랜만에 맛본 하겐다즈는 또다시 나의 혓바닥을 유혹하는데 완벽하게 성공하고야 말았다.


홀려버린 나는 또 한 번 하겐다즈 스마트스토어를 들어갔다. 혹시나 내가 구매했던 할인 옵션이 아직 진행되고 있나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궁금증은 희망이기도 했다. 다시 한번 우리 집 냉장고에 이 아이스크림을 들이고 싶다는 달콤한 욕망이었다.


다시 들어간 그곳에는 '하겐데이' 할인은 사라졌으나 또 다른 유혹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듣기만 해도 설레는 [신상 할인]

디저트계의 피카소로 불리는 세계적인 프렌치 파티셰, 피에르 에르메. 특유의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시그니처 아몬드 향이 어우러지는 정통 프렌치 마카롱을 선보여온 파티셰 of 파티셰입니다.
출처 하겐다즈 홈페이지

라고 화려하게 소개되어 있는 피에르와 콜라보한 제품이 나온 것이었다...


나는 왜 이 소개글에 가슴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일까?

그것은 내가 하겐다즈를 알기 때문이다. 그 맛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3가지 맛을 해치우고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나는 하겐다즈의 녹차맛과 딸기맛을 좋아..


아니 사랑한다.


하겐다즈의 녹차는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는, 적당한 녹차맛과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이 섞인 고급 유제품의 맛이 난다. 단 하나의 맛만 선택할 수 있다면 난 녹차를 고를 것이다.


하겐다즈의 딸기는 달달한 딸기 우유맛에 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부드러운 냉동 딸기가 쏙쏙 박혀있다. 계속 먹다 보면 달달함이 혓바닥을 부담스럽게 하지만 냉동 딸기를 찾아 멈추지 않는 숟가락을 보게 된다.

바로 이 부분이 내가 신상 마카롱 아이스크림을 보고 흥분하게 만든 대목이다.


아이스크림 속에 들어있는 맛의 원재료.

딸기맛이면 딸기가, 마카다미아 맛이면 마카다미아가 들어있다.

하겐다즈 마카다미아는 나의 사랑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지만 아이스크림 속 마카다미아를 씹을 때마다 울타리 문은 미친 듯이 흔들린다.

느끼하다 싶을 때 군데군데 박혀있는 마카다미아가 오도독 씹히는데 그 작은 견과류 알갱이의 힘은 꽤나 강력하다.


아무튼, 나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에 박혀있는 알갱이의 힘을 안다.


신상 마카롱 아이스크림에는 마카롱 꼬끄가 박혀있다. 마카롱 꼬끄는 분명 쫀득하고 달콤할 것이다. 나는 쫀득하고 달콤한 마카롱 꼬끄의 맛을 안다. 디저트계의 피카소가 만든 마카롱 꼬끄라면 분명 더 맛있을 것이다. 신상 마카롱 아이스크림에는 딸기 맛이 있다. 나는 하겐다즈의 딸기맛을 좋아한다. 분명 부드러운 딸기 우유의 달달한 맛이 일품일 것이다.


결국 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내가 아는 맛있는 맛의 총집합인 하겐다즈 신상 아이스크림을 보고 침을 질질 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 새 결제창에 들어와 버렸다. 문뜩 정신이 번쩍 든다.


'너 진짜 살찌고 싶어?'


'이번에도 봐. 사놓고 천천히 아껴먹으려던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일주일 만에 세 통을 비워버렸어. '


'참 기억하지? 그것도 나름 절제했던 거잖아^^'


그렇다. 우리 집 냉동실에 하겐다즈가 들어온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게 뻔했다.

그럼 또 아이스크림을 구매하겠지. 그렇게 달콤한 맛에 중독되다 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당의 무서움이니까. 그럼 또 살이 찔 테고, 살이 찌면 다이어트를 생각할 테고, 다이어트를 하면 다른 맛있는 많은 음식을 포기해야 할 테고,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을수록 포기해야 하는 시간은 늘어나겠지.


사놓고 조금씩 오래 먹는 방법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난 나를 안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절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맛있는 음식은 나의 식욕을 자극하고, 이성의 눈을 가린다. 음식을 향한 사랑이 나를 그렇게 만든다.

사랑은 원래 그런 감정이다. 그것이 인간을 향한 것이든, 음식을 향한 것이든, 물건을 향한 것이든.

그 대상을 향한 욕망을 절제하기 어렵게 만들고, 끊임없이 갈망하게 만든다.


하겐다즈를 사지 말아야 할 이유는 많지만

사놓고 먹지 않을 이유는 없다.


냉동실에 있는 하겐다즈를 참을 자신은 없지만

결제를 참을 자신은 있다. - 다행히 난 소비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두렵다면 모를까.


그래서 난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는 것을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우리에게는 잠시의 공백이 생길 테지만

그것은 우리를 더 농익게 만들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자가 있다면 경고한다.

함부로 하겐다즈를 맛보지 마라.

그것이 당신의 지갑을 지키고 뱃살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렇게 간단한데 이렇게 맛있네, 칼레스파스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