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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호 Jun 27. 2024

[2024  독후기록 40] 철도원 삼대

황석영 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황석영 장편소설, 창비, 2020년 6월, 볼륨 619쪽.



元老작가 황석영 선생님께서 78세인 2020년에 발간한 책입니다.  작가님은 1943년 만주 장춘生으로 동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객지], [가객], [삼포로 가는 길], [장길산], [바리데기], [한씨연대기] 등을 쓰셨고, 문단에서 리얼리스트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근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작에 올라,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심사위원들로부터 “한국 100年의 역사가 압축되어 있다”라는 평을 들은 작품입니다.  문학상 후보작으로 노미네이트 되다 보니 출간 당시보다 요즘 더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네요.


책은 제가 즐겨 듣는 <일당백>을 통해 정박(정승민, ‘지식자판기’ 라불리 우는 분으로, 해박한 지식으로 핵심을 잘 요약 설명해 주심)님의 해설에, ‘이 책은 읽어야 해’라는 생각이 일었습니다.  삽화 한 점 실려있지 않는, 619쪽에 달하는 벽돌책임에도 불구, 읽는 내내 다음 전개될 스토리가 궁금해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책 읽느라 좋아하는 술도 멀리 했습니다).


19세기末 20세기初부터 일제강점기, 광복, 민족동란, 현대에 이르기까지 100년간의 산업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깁니다.  작가님 말씀처럼 “우리 문학에서 산업노동자에 대한 제대로 된 장편소설이 없었기에, 벽돌 한 장 쌓아 올린다는 마음”으로 쓰신 작품인데요.  첫 장면은 주인공 이진오(50代 중반, 해직 근로자)가 열병합발전소 45미터 높이의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철도원 三代’는 정확히 말하면 삼대가 아닌 四代에 해당되는 이야긴데요, 제목에서 철도는 근대문명의 상징이자 제국주의의 상징물입니다.  철도국 기술자로 평생을 일한 증조할아버지 이백만과 증조할머니 주안댁(신통방통 합니다. 돌아가셨음에도 가족들에게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유령처럼 가족 곁에 나타납니다), 철도기관사로 일하는 큰아들 이일철, 사회주의 운동에 발을 들여놓고 평생 운동하다 옥사한 둘째 아들 이이철,  그들의 배우자인 신금이 와 한여옥, 이일철의 아들이자 주인공의 아버지 이지산 三代는 철도와 함께 생활해 온 사람들입니다.


“철도는 조선백성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진 거다”(44쪽)에서, 철도를 부설하면서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수용령과 강제수탈에 의해 빼앗긴 당시 상황을 보여주네요.  식민지시대 이후 조선의 항일운동은 필연적으로 사회주의가 기본이념이 되어 출발하였고, 이러한 운동은 해방 후 한국전쟁 발발과 세계적 냉전체제가 되면서 ‘노동운동은 빨갱이 운동’이라는 불온으로 매도 당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음을 이야기하십니다.  410日 동안이라는 고공농성과 사회적인 대타협 분위기에서 이진오는 어찌어찌 복직이 이루어지지만, 제대로 된 복직이 아닌 상황이 재연되고, 작품 맨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올라가자!  이젠 내가 올라가겠다(612쪽)”는 문장처럼, 노동자의 삶의 조건은 100년 前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말씀합니다.


일제 때 사회주의 운동 방법론으로 항일독립운동이 우선인지, 아니면 근로조건 개선이 우선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에선, 80년대 학생운동에서 NL(민족해방,  통일이 우선적 목표로 그 방법론으로 反美를 주장)과 PD(민중민주주의.  계급대립 타도가 목표로 독점자본에 대한 투쟁을 강조) 사이의 논쟁을 떠올리게 됩니다.


집필 동기는 작가님께서 1989년 평양을 방문하신 때 만난 한 노인(평양백화점 부지배인)과 소주를 마시며 나눈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는데요.  늘 쓰려다 그만두고, 다음으로 미루곤 하다 30여 년 만에 드디어 세상에 나온 작품입니다.  그 세월 동안 작가님 머리와 마음속에서 발효가 된 작품이라고 할까요?

表紙에 그려진 연기를 내뿜고 달리는 증기기관차는 남과 북을 연결하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시험 볼 것도 아닌데, 미리 일당백에서 예습하고, 책을 읽고, 혹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다시 일당백과 <낭만서점>에서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복습했습니다.  소설책이라기 보단, 우리 근현대사의 타 큐멘 터리 혹은 인간극장을 본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자기를 가장 잘 아는 듯하면서도 스스로를 가장 모르는 게 자신이듯, 잘 안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역사와 사회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일독을 추천드립니다.


올해 40번째 책읽기.


#철도원삼대  #황석영  #독후기록  #일당백  #이백만  #고공농성 #김진숙  #차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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