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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호 Jul 19. 2024

[2024 독후기록 48] 이야기 미술관

보는 미술에서 읽는 미술로. 이창용 도슨트.

[이야기 미술관]

이창용, 웨일북스, 2024년 4월, 볼륨 243쪽.



오늘은 그림에 관련된 책입니다.  그동안 무게감이 있는 주제를 다룬 책들을 읽다 보니 머리가 아팠었는데요.  이번엔 예술에 관한 편안한 책을 읽고 싶어 선택했습니다.  4월 말쯤 <일당백>에 저자분께서 직접 출연한 방송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창용 님은 도슨트입니다.  2006년부터 2년간 로마 바티칸박물관에서, 이후 10년간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에서 도슨트로 활동하셨습니다.  지금은 국민大에서 미술이론 관련 박사과정中이며, 국내에서 활동 중이시네요.

이름이 낯익다 했는데 한국은행 총재분과 동명이인입니다.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소식을 뉴스로 자주 접하다 보니 익숙한 이름으로 다가옵니다만 다른 분입니다.


나만의 가상의 미술관을 名作들로 채운다면 어떤 책들로 꾸밀까? 하는 상상에서 선택한 작품들입니다.  실제 미술관에 가보면 제1 전시실, 제2 전시실 등으로 나뉜 것처럼, 영감, 고독, 사랑, 영원 네 개의 방으로 구획하여, 19개 작품으로 구성하셨네요(실제는 훨씬 많은 작품들이 다뤄집니다).

특이한 점은 ‘보는 그림’에서 ‘읽는 그림’으로 미술을 이해하자는 이야기를 한다는 점입니다.  1863년作 마네의 <풀발 위의 점심식사>를 기점으로, 古典과 現代 미술이 나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네를 ‘현대미술의 아버지’ 혹은 ‘시발점’으로 부르고요.  작가님은 고전주의를 ‘읽는 그림’으로, 현대미술을 ‘보는 그림’으로 구분합니다.  ‘읽는 그림’에서는 등장인물, 오브제들의 도상학적 의미를 해석함이 필요하다며, 이런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사전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파리에 위치한 루브르 박물관은 1848년 이전 작품을 전시하고, 오르세 미술관은 1848년 이후의 그림을 주로 전시하는데, 사전지식 없이 루브르에 방문하면, “모나리자가 생각보다 작다”는 느낌 말고는 제대로 된 감상을 하기 어렵다 지적합니다.


책을 통해 고흐가 열두 점 이상을 그렸다는 해바라기 연작을 비교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를의 노란 집에서, 좋아하는 폴 고갱을 환영하기 위해 그가 사용할 방 벽에 걸어놓기 위해 그린 그림이라는데, 정작 고갱은 이 작품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해요.

‘화가의 생애가 곧 작품이 되기도 한다’는 ‘고독의 방’에선, 표현주의의 창시자 뭉크의 <절규>를 다루는데요.  <절규>가 파스텔버전, 석판화버전 등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되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뭉크는 다작가로, 평생 2만 5천여 점을 남겼답니다


네 개의 방중 작가분이 가장 좋아하는 방은 ‘사랑의 방’입니다.  9년 동안 약 900점의 작품을 그린 고흐가 생전 판매한 작품은 딱 한 점, <붉은 포도밭>이라는 건 잘 널리 알려졌지요.  평생 빈곤하게 살았습니다.  그런 그가 네 살 터울 동생 테오가 조카를 낳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죽기 6개월 전(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시기)에 그린 <꽃 피는 아몬드 나무>는 강렬한 원색을 주로 쓰는 고흐의 색감과는 너무 다른 차분함이 느껴집니다.  고흐작품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저자가 자신의 인생 최고작으로 꼽은 밀레의 <기다림>도, <이삭 줍기> <만종>에만 익숙했던 화가 밀레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 작품입니다.


미술 관련 다른 책들과도 비교해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0여 년을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을 여행하고 작년末 첫 미술 관련 책을 낸 정여울 작가님의 [오직 나만을 위한 미술관]은 “위로받고 힘을 낼 수 있는 스스로의 미술관을 독자 각자가 만들라”는 이야기고, 미술관 순례를 하며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해, “차갑게 머리로 아는 미술을 넘어, 뜨겁게 가슴으로 공감하는 미술로 나가보자”는 조원재 님이 낸 [방구석 미술관], “가장 위대한 예술은 반드시 쉬워야 한다”는 모토로, 1953년생으로 미술기자를 거쳐 전시기획자, 전업작가로 활동하는 전준엽 님의 [화가의 숨은 그림이야기](2010년에 낸 책을, 2020년에 개정증보)와 비교해 읽어 보심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조원재 님은 미술 지식 없이도 쉽고 재밌게 그림을 읽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읽는 그림’ 분야에서는 이창용 도슨트보다 선구자신 것 같아요.

라파엘前파의 거장 밀레이의 <오필리아>에 대한 정여울 님과 이창용 님의 감상을 비교해 보시는 것도 독서의 풍미를 더 높여 줄 거예요.


불금입니다.  주말과 휴일엔 미술 관련 책 읽으시면서 행복이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올해 48번째 책읽기.


#이창용  #이야기미술관  #읽는그림  #고전주의  #독후기록  #정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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