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원, <그 개와 혁명> 外
[2025 제48회 이상 문학상 작품집]
예소연 外 5인, 다산책방, 2025년 2월, 볼륨 321쪽.
해마다 구입하는 책입니다. 올해로 48년째네요. 대상 수상자가 연말쯤 발표되고, 2월이면 수상작품집이 출간됩니다. 구입한 지 오래됐는데 다른 책에 우선순위를 뺏겨 지금껏 미뤄둔 책입니다. 이번 추석연휴가 길다 보니 그동안 밀린 책 읽는 것으로 목표를 세워 한 권씩 미션 클리어 중입니다.
총 7편의 중, 단편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대상과 우수상 수상작 6편과, 대상 수상자의 자선 대표작까지. '전국노래자랑'에서 대상 받으면 앙코르로 한 번 더 부르는 거랑 비슷합니다ㅎㅎ.
대상작은 예소연 님의 <그 개와 혁명>입니다. 2021년에 추천 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니 나름 짧은 기간 만에 큰 상을 수상했네요. 386세대로 불리는 운동권 부모세대와 90년대생 딸과의 이야깁니다. 말기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를 두 딸이 교대로 간병하고,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 장례식장에서의 이야깁니다. 여자는 상주가 될 수 없다는 사회 통념에 맞서 큰딸이 상주를 맡으며, 조문 온 고인의 지인들과의 유쾌 발랄한 대화, 엄숙한 장례식장 분위기를 아빠가 좋아하던 진돗개 유자가 나타나면서 난장판(한마디로 개판)이 되는 스토리입니다. 읽으면서 오랜만에 페미니즘이나 퀴어 장르에서 벗어난 유쾌한 작품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24년 1월에 발표된 작품인데, 부친께서 그 해 6월에 별세하셨네요. 올해부턴 기존 이 賞을 주관해 오던 '문학사상사'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주관사를 '다산책방'으로 변경하면서, 수상작품집 구성도 약간 달라졌는데요. 작품마다 심사를 맡은 예심위원과의 대담이 새롭게 실려 있어 작가의 생각과 해설 등 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48쪽 대담에 "... 그 상황(아버지의 암투병)에서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소설을 쓰지 않으면 외부를 향한 통로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작가의 고백을 들으면서, [좋은 생각 10월호] 도슨트 정우철이 연재하는 <우리가 사랑한 명화> 클로드 모네의 작품 <임종을 맞은 까미유>가 떠오릅니다. "1879년 9월 카미유는 32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모네는 마지막 잠이 든 그녀의 이마에 입 맞추고 생전에 아끼던 목걸이를 걸어 줬다. 그리고 붓을 들었다. 주변에서 또 그림이냐고 나무랐지만, 그는 조용히 대답했다. 내가 그녀에게 해 줄 것이라곤 이것뿐이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소설가는 소설로, 화가는 그림으로 떠나는 자를 배웅하고 추모하는 게 어쩜 당연한 사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일렉트릭 픽션>(김기태), <허리케인 나이트>(문지혁), <리틀라이프>(서장원), <슬픈 마음 있는 사람>(정기현, 同名의 찬송가 곡명과 동일), <구아나>(최민우) 도 좋은 작품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허리케인 나이트>는 좀 더 제 마음이 가는 작품으로 기억되네요.
주관사가 변경되면서, 수상 작품집도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는데요, 간단히 요약해 보면
1. 예전에 비해 남성 작가의 비율이 높아졌다.(6명 중 4명)
2. 문단에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작가들이 다수(데뷔 10년 이하 작가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젊은 작가상'과 중복되는 후보작이나 수상작이 다수),
3. 수상작품 뒤에 작가와 예심 위원들 간의 대담이 수록되었다는 점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주관사가 변경되었으니 오직 작품성 만으로 수상작을 뽑는다는 원칙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蛇足]
그나마 내년 수상작품집이 나오기 전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부채감은 해소되었습니다. 이젠 쌓아뒀던 또 한 권의 책, [2025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읽기 스타트.
올해 74번째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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