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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AI를 넘어 생각하는 인간의 중요성

2025.10.15 광주 서구아카데미 강의.

by 서민호

[광주서구아카데미 강의 요약]

前 프로기사 이세돌 초청. 2025.10.15(수) 16시.

제목 : AI시대, AI를 넘어 생각하는 인간의 중요성.



제123차 광주시 서구청 서구아카데미에 다녀왔습니다.


초청강사는 前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님이었는데요.

간단히 강사 소개를 하자면, 신안 비금도 출신으로 만 5세 때 바둑을 배워 12세에 프로 입단합니다. 2000년에는 32연승을 기록했고, 2016년에는 알파고와의 시합으로 인공지능과 겨뤄 유일하게 승리한 인간으로 기록된 분입니다.


알파고와의 제3국을 둔 후 연이어 3연패 한 상황에서 남긴,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와 2009년 프로기사 은퇴를 선언하며 했던 "내가 알던 예술로서의 바둑은 끝났다"는 말이 지금도 회자되는 분.


현재는 보드게임을 만들어 상업적으로 출시하고, 올해 울산에 위치한 UNIST에서 특임교수로 보드게임 설계 수업을 진행하며, 간간히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오늘과 같이 외부 강연을 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검색해 보니 올 8월엔 [인생의 수 읽기]라는 책도 냈더군요.



강의는 2016년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 이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지인으로부터 시합에 대한 제안을 받고, 사실 긴장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시합 5개월 전에 어찌어찌하여 알파고의 기보를 봤는데, 자기랑 겨루기에는 아직도 한참 멀었다 생각했답니다.

첫 대국에선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과 마주 앉아 두는 생소한 상황이라 지고도 별 걱정을 안 했다고. 그런데 2국, 3국을 두고선 "내가 어떤 수를 잘못 둬 패했지?"를 모를 정도였답니다.


그러다 4국에선 그 유명한 78번 수로 알파고가 버그를 일으키게 되어 이기게 되는 돼요. 실은 78번 수가 아닌 68번 수가 결정타였다 알려줍니다. 인간이라면 절대 두지 않을 수... 연산으론 알파고를 이길 수 없으니 일종의 '꼼수'를 둔 거라고 고백합니다. 인간이 둔 기보를 바탕으로 자기 학습한 알파고가 에러를 일으키도록 만든 거라고. 이 수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이 많답니다. 자신이 프로 기사이기에 당연히 가지고 있던 바둑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저버리고, 그 수를 뒀어야 했는지에 대해서요.


AI시대를 "고정관념의 벽을 부순다"는 점을 특징으로 이야기합니다. 고정관념의 틀이 없으니 창의적으로 까지 느껴진다고.(솔직히 아주 무서운 말입니다)


AI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신은 인간의 상향평준화를 예상했답니다. 질문하고, 판단하고, 커뮤니케이션 하고, 또 질문, 판단... 의 끝없는 순환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건, 결국 상향평균화가 아닌, 더 잘 알고 더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격차가 더 심해졌다는 걸 느꼈답니다. 더구나 격차의 속도는 더 빨라졌고요.


AI가 바꾼 것은 기술이 아니라 생각의 방식이었음을 네 가지로 정리하는데요.

1. 판단의 기준이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

2. 사고방식은 정답의 해체로,

3. 실력의 조건은 AI활용력 유무로,

4. 예술의 의미가 혼자가 아닌 AI와의 공동창작으로 변했음을 제시합니다.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겼던 예술분야에도 대체나 대결이 아닌 AI와의 협업이 대세임을 우리는 이미 실감하고 있죠.

언바운드랩 조윤범 님이 [언락]에서 강조한 "AI시대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하는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마지막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바둑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젠 인간이 이길 수 없지만, 나는 지금 어떤 '판' 위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 즉 바둑이란 게임을 AI가 만들지는 않은 것처럼, 창의적 한 수를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오롯이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중요"하기에, 오늘의 강의 주제에 나와 있는 대로, '생각하는 인간의 중요성'을 잘 강조한 강의였다 생각됩니다.


50분 강의에 10분 정도 질의응답시간으로 오늘 강의는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얼추 100명 이상의 많은 분들이 평일 오후임에도 자리를 찾아 주신 걸로 보아, 이세돌 님의 인기와 참여하신 분들의 학습열기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생략된 자세한 내용은 8월에 나왔다는 신간 [인생의 수 읽기]를 읽어보는 것으로 채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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