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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break Feb 09. 2023

뭐든 잘하는 법, 말랑말랑 해지기

디자인 쪼개기

나는 글을 쓰는 게 재밌다. 내가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글쓰기가 재미있어진 건 에세이 모임 때문이다.


매일 과제가 있었다. 어떤 날은 관련 없는 단어를 연결해 기승전결을 써보고, 어떤 날은 깃털처럼 가벼운 주제를 정해 한 편을 써본다. 강아지의 산책, 안경 따위에 대해 써본다. 묘사를 배우는 날엔 두 눈으로 장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써본다. 가끔 머리를 쥐어 뜯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이라 괜찮다. 한 문장만 생각해 내면 된다. 대단한 글을 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게 과제의 핵심이다.


나는 이게 글쓰기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글 쓰는 데 적합한 말랑말랑한 뇌’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했다.


매일매일 가벼운 과제를 깨다 보면 거기에 힘입어 '진짜 미션'도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마음의 장벽이 낮아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아 에세이 써야돼.’ 하고 엉덩이를 붙여봤자 좋은 소재나 문장이 하늘에서 떨어지진 않았다. 가벼운 과제를 하면서 ‘나 문장의 마법사 아니여?’ 할 때쯤 어렵게만 느껴지던  주제의 초안을 써보면 신기할 정도로 하고싶은 얘기가 술술 나온다.


생각해보면 운동을 하다 안 하면 예전에 잘 되던 동작도 어렵다. 그림을 그리다 안 그리면 잘 그려야만 할 것 같아서 다시 시작하기 부담스럽다. 나는 여기서 뭐든 잘하는 비법을 발견했다. 말랑말랑 해지는 것.


그러니까 디자인을 더 잘하려면 매일마다 디자인 근육을 길러야 하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전에 가볍게 재밌는 퀘스트를 만들어서 깨 보는 건 어떨까? 하루 30분에서 1시간, 매일 자신이 내준 과제를 하면서 디자인을 위한 말랑말랑한 뇌를 만드는 거다. 하루에 에세이 한 편을 다 쓰려고 하면 막막하지만 오늘은 초안을 쓰고, 내일은 문장의 구조를 고치고, 그다음 날은 묘사를 덧붙이는 건 나쁘지 않은 것처럼.


결국 글쓰기도, 디자인도 근육의 일종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매일 해야 한다. 운동을 1주일에 한 번 하면서 ‘나 운동한다’고 할 수는 없다. 운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일주일에 한 번 가지곤 안 되는 거다.


덤으로 매일 하면 '나는 ~를 하는 사람이야.’라는 정체성까지 생기면서 다음날도 지속하는 힘이 된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매일 해야 한다.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데 고민 없이는 못 할 정도로 무거운 일일 과제' 하나면 거창한 미래를 꿈꿔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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