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일이 깜깜하고 인생이 버거웠다.
둥근 곱슬머리의 아기 푸들이 누워있을 땐 감정이 보인다. 행복해 보이고, 슬퍼 보이고, 따분해 보이고, 편안해 보이고, 실망스러워 보인다. 사람들이 나갈 때면 애타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듯이 느껴진다.
눈빛이 말했다. ’ 혼자 있으면 나 심심한데!’
오전에 갈 곳이 있다는 동생을 붙잡고 버스정류장까지 같이 가자며 나섰다. 몸에 뭐가 닿는 것을 싫어해 승질 부리는 강아지에게 힘겹게 엉덩이가 뚫린 네발 달린 털옷을 입혔다. 버스정류장까지 세 가족이 함께 걸었다. 꼿꼿이 세워진 꼬리가 쉴 틈 없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나는 잠시 행복해졌다.
“누나 이따 봐 빨리 와,라고 해야지” 내가 말했다.
“안녕, 우리 꼬밍이” 동생이 말했다.
우리는 아기 푸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라는 상황극을 하며 헤어졌다. 한참 버스를 쳐다보다가 여느 때처럼 공원으로 향했다. 다른 강아지 오줌냄새, 흙냄새, 눈냄새를 맡고 눈 밑에 묻힌 낙엽 위를 파헤치고 뛰어다녔다. 나는 조금 더 행복해졌다.
공원에서 돌아오는 길은 아직 빙판길이다. 담요에 아기 푸들을 싸서 안고 조심조심 걸었다. 내 발걸음대로 눈앞에 둥근 곱슬머리가 위아래로 흔들렸다. 나는 행복의 장면을 한껏 들이마셨다. 들이마셨다. 산책에서 돌아와 누워있는 아기 푸들은 기뻐 보였다. 아기 푸들의 눈빛이 말했다.
‘많이 뛰어다녀서 지금은 쉴 시간이야. 물 좀 줄래?’
나는 출근을 했고 눈물이 났다. 나는 앞일이 깜깜하고 인생이 버거웠다. 둥근 곱슬머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떠올렸다. 둥근 곱슬머리를 다시 한번 들이마시니 감정이 잔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