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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 ACT Dec 17. 2022

5. 균형과 불균형의 상관관계

<꿈의 방주 : Hunger stone>



무장애공연비평웹진 <리액트 re-act>
                           순환의 회복 : <불이 되는 숨>, <꿈의 방주>, <돼지춤>
                                                                                                       글. 리액터 백범, 닻별







                                                        배리어프리 음독


모든 존재는 불완전함 그 자체로 완전하다. 이들이 공존하며 지구의 균형은 유지된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생태계 균형이 깨지며 기후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생태계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 코로나19 이후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어 오히려 균형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에서는 미세먼지가 줄어들면서 대기가 회복되고, 수많은 관광객으로 수질오염이 심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는 ‘물살이(비거니즘 측면에서 종차별적 언어 ‘물고기’를 바꿔 부르는 말)‘가 출현할 정도로 맑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가리켜 코로나 역설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미지 9] <꿈의 방주> 팜플렛 앞면                                                          뒷면 ⓒ 콜렉티브 뒹굴 제공




                                                             공연 정보




[이미지 10] <꿈의 방주> 무대 ⓒ backbum


지난 9월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관람한 <꿈의 방주 : Hunger stone>은 기후정의 창작집단 콜렉티브 뒹굴의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 ‘혼잣말’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다. 이 공연에 시작은 없다. 이 공연에는 끝도 없다.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휴대폰을 종료해달라”는 안내멘트가 혼잣말(독백)로 들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꿈의 방주 : Hunger stone>는 시작되었다. 관객마다 이 공연의 시작 지점은 다를 것이다. 기후감수성을 갖게 되는 시점이 모두 다 다른 것처럼.     


배우는 휴대폰을 왜 종료해야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하다 대사 실수에 대한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울어버리고, 사진을 왜 찍으면 안 되는지 설명하다 뜻하지 않게 사진의 장점을 다 말해버리고, 공연장에서 물을 왜 마시면 안 되는지 설명하다 스태프에게 물어보려고 극장을 나갔다 오기도 한다.     


마지막 안내사항은 공연관람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파란색 조명이 켜질 때마다 좌석에 있는 헤드폰을 착용하라고 했다. 헤드폰에서는 물에 잠긴 듯한 소리가 나왔다. 관객이 헤드폰을 착용함으로써 배우의 혼잣말을 듣지 못하는 마지막 장면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다음 공연 <꿈의 방주: DEMO(가제)>의 프롤로그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물속에 갇힌 배우가 이후 이어질 <꿈의 방주> 시리즈를 통해서 무엇을, 어떻게 ‘방주’ 안에 들일 것인지 기대하고 고민하고 있다.

 

[이미지 11] <꿈의 방주> 무대 ⓒ backbum


방주란, 노아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대홍수를 피하기 위해 제작한 직육면체로 된 일종의 무동력선(無動力船)을 말한다(창 6:14-16). 방주는 장차 유월절 어린 양으로서 죄 아래 있는 인류를 사망 권세에서 구원하여 영생의 나라로 이끄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한다(베드로전서 1:18-21). 특별히 구속사적 맥락에서 방주는,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궁극적인 목적이 완전한 멸망이기보다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여 거룩하게 보존하려 하신 것임을 보여 주는 구원의 영원한 표상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라이프성경사전


[이미지 12] 체코 엘베강에 있는 헝거스톤 ⓒ 게티이미지 코리아


기근석으로도 불리는 Hunger stone은 심각한 가뭄의 지표로 삼아온 강 또는 호수 밑의 돌이다. 1616년에 만든 엘베강 헝거 스톤에는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다. 내가 보이면 통곡하라" 2022년 8월, 라인강의 독일 유역을 따라 이 헝거 스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라인강에서 발견된 헝거 스톤에는 가뭄이 심각했던 1947년, 1959년, 2003년, 2018년의 연도가 기록돼 있다.     


물이 가득했던 곳에는 점점 수위가 낮아지고 있고,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해양 생태계 역시 파괴되고 있다. 독일 라인강은 낮아진 하천 수위로 바지선 운송을 제한해 물류와 공장 생산에 차질을 빚는가 하면, 이탈리아 또한 농업 생산량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포강 유역에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은 단순한 가뭄이 아닌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메가 가뭄(Mega Drought)'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은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더욱 강력한 노력이 시행되지 않으면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75%가 가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꿈의 방주>는 헝거 스톤이 꿈의 방주라고 말하고 있다. 드러나면 통곡해야 하는 헝거 스톤이 오히려 우리를, 지구를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구출할 방주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제 그 문을 열고 방주에 무엇을 실을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미지 13] <꿈의 방주> 무대 위 검정색 나비들이 붙여져 있는 하얀 문 ⓒ backbum




그들의 혜화동1번지에서의 공연은,
그들이 “절대 생각하지 말”라던 기후우울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 겸 드라마터그 Elijah Kim의 글 “기후위기. 부재만이 실재하는, 믿을 수 없는”(<꿈의 방주 : Hunger stone>을 준비하며) 중     





<꿈의 방주 : Hunger stone>의 기획 의도에 적혀있는 ‘혼잣말’은 모든 것에 ‘왜?’라고 질문하며, 관습처럼 존재하던 공연 관람 규칙을 당연하지 않게 만든다. 드라마터그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배우의 ‘혼잣말’은 “절대 생각하지 말”라던 ‘기후위기’와 ‘기후우울’을 떠올리게 한다. 이 역설은 우리 삶에서도 작용한다.    

 

그린피스 의견에 따르면 세 가지 위험이 있는데, 첫 번째는 우리가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미리 알고 있는 위험인 화이트스완의 위험이다. 봄철 가뭄에 대비해 이전해 가을과 겨울에 댐에 물을 미리 저장해 놓거나, 여름철 댐의 수위를 낮추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반면,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처음 발견된 위험은 블랙스완의 위험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전염병이나 경제위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블래스완의 위험은 타격이 크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가능한 위험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기후위험인 그린스완의 위험은 그렇지 않다. 기후위험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전조증상이 확실하지만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일어날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불확실하다는 이유 때문에 내버려 두게 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래프 1] 탄소 배출량과 기온 상승(1800~2018) EBS클래스e <기후위기, 거대한 전환>

위 그래프에는 이전과 다르게 기온 상승률과 탄소 배출량의 증가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미래의 그래프는 자기 증폭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것을 되먹임이라고 하는데, 이는 지구 스스로 자기 증폭적으로 기후를 변화시키는 현상이다. 이렇게 지구 스스로 자기 증폭적으로 기후를 변화시키면 결국 회복 불가능한 기후가 형성된다.


[그래프 2] 회복 불가능한 위험 ⓒ EBS클래스e <기후위기, 거대한 전환>
하지만 현재의 계획과 예산 수립 관행은 기후영향 및 예측되는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균형하고 탄소 집약적인 식생활로 인한 지속불가능한 농업 확대는 생태계와 인간의 취약성을 증대시킨다. 회복 불가능한 기후는 지금처럼 농업이 가능한 문명사회가 아닌 ‘찜통지구’라는 새로운 현상의 시기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이 스스로 현재의 기후 조건으로 돌아올 수 없다. 찜통지구라는 계곡에 빠지지 않으려면 상승기온 1.5~2°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지구의 임계선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현재 파리기후 협약에서 1.5~2° 이상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협약을 체결하고 방지하려는 것이다.
EBS클래스e  <기후위기, 거대한 전환>


[이미지 14] 공연 후 다시 받은 <꿈의 방주> 팜플렛





그간 의심해본 적 없는 삶의 작동방식이 흔들리고 흐려질 때,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이 도래하였고 이를 준비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 양태나 대안을 전혀 알지 못하는, 확신 없이 외치는 

“예비하라, 도래하라!”





공연이 끝난 뒤 수정된 내용이 있다며 다시 나누어 준 팜플렛의 줄거리는 우리의 말과 행동이 모순되고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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