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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들 Oct 29. 2022

뇌는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별하지 않는다

마음에 내리는 비에 우산이 필요할 때

2.5. 우리 뇌는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별하지 않고 담담히 본다

나는 달콤한 커피믹스와 친하게 지낸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친밀도가 더 강해진다. 이 습관을 고치기가 어렵다. 고치기 어려워서 습관이라 한다. 몸에 너무 깊게 새겨져서 정말 고칠 수 없을 것 같은 습관도 있다. 습관을 고칠 수 있는 첫걸음은 그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칠 수 있다고 자신을 믿는 것이다. 습관은 진짜 고칠 수 있다. 나는 하루에 커피믹스를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 그 습관을 고쳤다. 치료나 약물이 필요한 예도 있고 이 책에 나와 있는 다른 활동을 통해 고칠 수도 있다. 이 장에서는 뇌가 습관을 어떻게 만들고 통제하는지를 먼저 알아보려고 한다.     


뇌는 늘 걷던 길만 걷고 싶어 한다

존 라이든은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특별히 볼 것이 없는 데도 계속 유튜브를 보거나 배가 고프지 않은 데도 먹을 것을 계속 먹어본 적이 있는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에서 우리는 즐거움을 찾지 못한다. 행동을 그냥 실행하는 것으로 종종 우리를 우울의 늪으로 데려간다. 이 행동을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얼마 전까지 커피믹스를 하루에 일곱 잔 정도를 마셨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사무실에 도착하면 무의식적으로 커피믹스를 탔다. 몸에서 이상 신호가 올 때까지 이 습관은 계속되었다.   

  


습관을 이해하려면 뇌가 행동을 어떻게 지시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의식적인 의도로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행동은 충동이나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일로 자동으로 일어난다. 우울의 늪으로 안내하는 습관이 우울의 늪에서 빼내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습관을 만들고 유지되는 방식과 습관을 바꾸는 방식은 신경과학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전전두피질에서 의도적 행위를 매개하고 뇌 깊은 곳에 자리한 선조체에서 습관을 통제한다.

     

전전두피질과 달리 선조체는 이성적이지 않다. 선조체는 습관이 좋은지 나쁜지를 구별하지 않는다. 충동은 측좌핵에서 반복 행동은 배측 선조체에서 촉발한다. 두 영역 모두 도파민에 상당히 의지한다. 우리의 행동은 측좌핵, 배측 선조체, 전전두피질이 나누는 대화의 결과다. 배측 선조체에서 분비된 도파민은 쾌락 대신 우리를 행동으로 내몰기만 한다. 모든 행동은 배측 선조체에서 특정한 패턴을 활성화하여 습관을 만든다. 매번 같은 길로 출근하면 그 행동은 뇌에 깊이 새겨진다. 배측 선조체의 뉴런이 강하게 발화한다.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 어려워진다. 뇌는 늘 걷던 길을 걷고 싶어 한다.     



어릴 적 배운 자전거 타는 법은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배측 선조체에 깊이 새긴 행동 패턴은 없어질 가능성이 작다. 나쁜 습관을 고치기 어려운 이유다. 오래된 습관은 없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면 예전 습관이 약해질 뿐이다. 배측 선조체에 습관이 새겨지면 쾌락에 관심이 없다. 처음 습관이 만들어질 때는 측좌핵이 특정 행동을 하도록 쾌락이라는 동기부여를 한다. 일단 습관이 생기면 측좌핵이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중독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쾌락을 얻지 못해도 배측 선조체에 새겨 있어 한 잔의 술을 또 마신다. 도파민의 이런 변화 때문에 중독은 우울증을 높일 수 있다. 우울증은 중독의 위험을 높인다.      


스트레스가 습관의 방아쇠를 당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사는 제시카(32) 이야기다. 그녀는 하루 최소 2리터의 탄산음료를 마신 결과 고도 비만이 되었다. 제시카는 당시 항상 콜라를 물처럼 마셨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도 콜라를 마시는 것이었고, 밤에 양치질하고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콜라를 마셨다. 또한 그녀는 감자 칩과 즉석식, 케이크, 초콜릿 등 다양한 간식을 수시로 먹었다. 음식에 대한 절제가 부족해 케이크가 오븐에서 다 익기 전에 꺼내 먹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 결과 114kg의 고도 비만이 되었고 몸에 이상이 생겨 의사로부터 다이어트를 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있다. 무엇을 먹으면 주의를 다른 것으로 돌릴 수 있고 바로 쾌락이 주어진다. 신체 스트레스 반응도 줄어든다. 처음에는 그저 달콤한 것을 먹겠다는 충동이었으나 무의식적인 반복 행동으로 뇌에 각인된다. 모든 종류의 스트레스를 처리하도록 해주는 습관이 대처다. 스트레스는 배측 선조체에서 도파민을 분비하고 자동으로 대처 습관을 작동시킨다. 편도체 활동과 신체 스트레스 반응을 감소시키고 잠시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다. 좋은 대처 습관은 우울의 늪에서 우리를 구해준다. 나쁜 대처 습관은 기분을 안정적으로 만들지 못한다. 다시 큰 스트레스로 되돌아와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한다. 

    

자신의 대처 습관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무렵 제시카는 매우 힘든 상황에 놓여있게 되었다. 체중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불러왔을 것이고 스트레스는 더 큰 식욕을 불러왔다. 모든 중독이 다 그렇다. 습관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불안해지면 원래 습관대로 더 행동하고 싶어진다. 습관에 무너지면 나중에는 더 큰 스트레스를 불러오고 이것이 다시 습관의 방아쇠를 당긴다. 악순환의 대처 습관을 생각으로 그냥 멈출 수 없다. 없애려고 노력할수록 더 큰 스트레스만 쌓인다. 그러기보다는 새로운 좋은 습관으로 대처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뇌가 새로운 행동을 선택하기보다는 오래된 습관을 실행하도록 편향시킨다. 습관은 배측 선조체, 전전두피질, 측좌핵 간의 소통 결과다. 배측 선조체는 “늘 이런 패턴으로 해왔으니 이번에도 이 패턴으로 하자.”라고 말한다. 그러면 전전두피질은 “안돼 그건 우리가 목적지로 가는 데 도움이 안 돼.”라고 말한다. 측좌핵은 “와, 저 아이스크림 맛있겠다.”라고 말한다. 스트레스는 세 영역의 이런 대화의 역학관계를 바꾼다. 평온할 때는 전전두피질이 능숙하게 자기 뜻을 관철한다. 불안과 스트레스 상황이 높아질수록 주도권이 배측 선조체, 측좌핵으로 넘어간다. 다이어트를 잘하다가도 애인과 싸우면 다 무너지는 이유다.      


몸에 새로운 습관의 길을 내는 법

데일 카네기가 쓴 『인간관계론』에 보면 낚시 이야기가 나온다. “딸기와 우유를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물고기들은 작은 곤충을 좋아한다. 그래서 낚시할 때는 물고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준비한다. 난 낚싯줄에 미끼를 달아놓고 "와서 먹어라, 맛있지?"라고 물고기에게 말을 건넨다.” 낚시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딸기가 아니라 물고기가 좋아하는 미끼를 써야 한다. 우리가 선조체의 활동에 변화를 주려면 선조체의 말로 표현해야 한다. 우리는 그 습관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신경을 쓰지만, 선조체는 관심이 없다.   


   

개를 훈련하는 것처럼 선조체를 훈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개가 식탁에 오를 때 어느 날은 내려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어느 날은 안아준다면 개는 혼란스럽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개가 실수했다고 때리지 않듯 실수 한번 했다고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자책은 전전두피질이 변연계를 조절하기 위해 활성화하는 수단이다. 뇌에서 실수를 처리하는 전방대상피질의 활성화에도 관련 있다. 자책은 긍정적인 변화에 방해가 된다. 개를 훈련할 때 오랜 시간이 걸려도 인내심을 갖고 훈련한다. 우리 선조체도 같은 방식으로 하면 된다.      



자기 확신은 전전두피질에서 감정적인 변연계를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부분을 활성화한다. 감정이입과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섬엽을 활성화한다. 자기 확신은 긍정적인 변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 습관은 선택이다. 감정에 깊이 공감하고 변화를 만들 것인가? 오랜 습관을 반복하면서 감정을 회피하고 제자리에 머물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새 습관 만들기는 어렵다. 행동을 꾸준하게 반복할수록 배측 선조체에 깊이 강하게 새겨진다. 새로운 습관은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전전두피질의 높은 의지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훈련할 때처럼 꾸준한 반복과 시간을 들이면 선조체에 깊이 새겨진다. 이때 행동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모든 나쁜 습관은 그것을 촉발하는 계기가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간다”라는 속담처럼 습관을 촉발하는 계기를 피하기는 어렵다. 대부분 습관이 스트레스 때문에 야기된다. 습관이 한번 촉발되면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해야 이것을 통제할 수 있다. 전전두피질이 우리가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전전두피질에서 세로토닌이 제 기능을 할 때 충동을 억제할 수 있다. 세로토닌 공급량에는 한계가 있다. 하나의 충동을 억제하면 다른 충동을 억제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더 좋은 습관을 만들면 스스로 세로토닌 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전전두피질에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자신의 뇌를 변화시키고 개선할 힘이 있다.     


우리는 습관이란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정보가 먼저 떠오른다. 습관을 바꾸려면 심한 스트레스가 생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뇌는 원래 습관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해 습관 바꾸기가 더 어렵다. 이럴 때 자기 확신 같은 긍정적인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면 습관을 바꾸기가 더 쉽다. 목표를 세워 전전두피질, 측좌핵, 전방대상피질을 비롯한 여러 뇌 영역의 활동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새로운 좋은 습관을 만들려면 뇌가 재배선 될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해야 한다. 습관은 선택의 문제이다. 습관이 마음에 안 들면 새로운 습관을 만들면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에게는 자신의 뇌를 변화시키고 인생을 개선할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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