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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김밥

먹는 방법

by 팬티바람

삼각김밥은 먹는 방법이 있다.

가운데 선대로 개봉한 다음

양 쪽을 조심스럽게 연 뒤

비닐의 위치를 바꿔줘야 된다.

그래야 모서리만 노출 되서

먹기 편하다.


1000원 짜리 밥이라는 이유로

어느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며

손에 묻히고 김이 망가지는

온갖 수모를 겪더라도 감수한다.


엄마는 혼자 병원을 왔다갔다 하며

지하에 있는 편의점에서 파는

1100원 짜리 삼각김밥을 고수했다.

가방에는 바나나를 들고 다니며

조금씩 자주 드셨다.


어느 날 인가

엄마랑 병원 지하 쇼파에

나란히 앉아서, 나는 무심하게

삼각김밥 먹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엄마는 그동안 지저분하게 먹어서

속상했는데 난생 처음 깨끗하게

먹어본다고 기뻐하셨다.

그러면서 나보고 크게,

한 입 먹으라고 건내주었다.


요 며칠간 도통 입맛이 없다.

일의 의욕도,

삶의 재미도 없다.

퇴근을 한 뒤 혹여나 배고파서

잠에서 깰 까봐 억지로 가까스로

무언가를 먹는다. 먹어본다.


삼각김밥은 변한 것 없이 여전했다.

애매한 맛과 애매한 양과

불편한 개봉방법 등등


문득 김 따로, 밥 따로

엄마만의 조용한 전쟁을 치뤘을

귀여운 모습이 생각나서

나는 소화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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