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요청
생각해 보면
엄마는 죽음에 쫓기는 사람 같았다.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자주 양 옆을 쳐다보았다.
나랑 같이 걸을 때면
유독 팔짱을 꽉 끼고 걸었다.
온몸에 힘이 빠지는 동안에도
두 팔만큼은 힘이 가득했다.
그러다가 진료를 받으러 간
병원 1층 로비에서
뜬금없이 본인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다.
그날은 좀 추웠기에
패딩을 껴 입고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엄마는
빨간 안경테 너머
이제야 나를 쳐다본다.
찍어줄게. 여기 봐봐.
스마트폰 렌즈를 쳐다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셨다.
갑자기 왜 찍어달라고 하셨는지
아직까지 알 수는 없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영정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셨나 보다.
일단 찍어는 줬지만
사진은 간직만 하고 있다.
대체 누가 그런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