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모습
설날이나 추석 때면
엄마는 집에 나를 초대해서
밥을 해줬다.
어쩌다가 만날 때도
전화해서 첫 대화도
늘 하는 질문은
밥은 먹었니?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알아서 잘 먹고 다녀!
엄마가 사경을 헤매시며
섬망증상을 보이실 때도
내 인기척을 느낄 때면
냉장고에 오징어무침하고
밥하고 해서 먹어
안 먹어! 엄마랑 같이 먹을래
엄마는 울먹이면서까지
내가 밥 먹는 모습을 보길 원하셨다.
도대체 밥이 뭐길래.
본인 인생이 끝나기
일보직전까지
다 큰 아들의 밥을 챙기셨을까
엄마가 없는 지금
그토록 원하시던 아들의 밥은
하루 한 끼 정도로 간신히 먹고 있는데
밥을 맛있게 먹은 들
이제는 자랑할 사람도
보여줄 사람도 없는데
식욕이 끝도 없이 추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