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엄마!
나 오늘 생일이야.
한 달 전부터 짝꿍이랑 같이
근사한 곳에서 맛있는 것 먹어야 된다고
당사자인 나보다 더 보챘잖아
그래놓고 밥 먹으러 가면
잘 먹지도 못하고 맛있다고 했잖아
집에 가는 길에는
매 번 이번 생일은 너도 다 컸으니
선물은 없다라고 엄포를 해놓고
봉투에 10만 원 넣어서 안 받겠다는
내 주머니에 쑤셔 넣었잖아
엄마는 요리를 못하니
미역국을 못해준다고
아쉬워하면서 짝꿍이 해준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엄청 좋아했잖아
미역국이 뭐라고.
엄마!
올해 엄마가 아플 때
내 생일까지만 버텨주길 바랐어
그러면 곧 1월이 오고
새해가 오는 거니까.
새해에는 모두가 행복할 것 같았거든.
엄마!
이모를 만나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했어.
피는 못 속이는지 잠시나마 엄마랑
있는 기분도 들고 지금 내 상태를
잘 이해해주고 계셨어.
그러다가 옛날이야기를 하는데
엄마네 쪽 사람들은 다 조금씩
우울감을 갖고 살고 있대.
그만큼 힘든 시절을 보냈던 거지.
근데 나는 엄마를 많아 닮아서
정이 많고 우울할 거래.
그런가 봐.
엄마가 이상한 거 물려주고 가서 힘든가 봐.
그래서 나 때문에 내 주변도 힘들어.
나도 다 알어.
내가 걱정을 많이 끼치나 봐.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
엄마!
나 사실 엄마가 있어도
생일에는 많이 힘들었어.
연거푸 실패하는 내 인생에 대한
회의감과 더불어 지독한 염세주의 성향이
온몸을 지배할 때면 생일날이
꼭 주홍글씨를 받는 기분이었어.
엄마는 알고 있었지?
언젠가 내 생일에 보낸 문자에
엄마의 위험한 인생에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했던 것 기억나?
내가 늘 고맙지.
이런 비루한 나를 천사라 불러줬던,
천사라 믿고 가버렸던 우리 엄마.
듣고 있어?
나 오늘 생일이야.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