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활동가의 대중파워 형성기
주민참여조례를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순간은 마음이 무거운 날의 아침입니다.
청원을 진행하던 하루하루, 돌아보면 마음이 무거운 날도 많았습니다.
‘오늘은 70명 이상의 청원을 받을 수 있을까?’
‘오늘은 두 명이서 다 해야 하겠네. 만만치 않겠다’
‘몸도 무겁고 마음도 좀 처지는 것 같다.. 쉬고 싶다’
방사능 안전급식 주민참여조례를 반드시 달성하겠다 다짐하며 시작했지만,
서명을 받는 날이 거듭될수록 발걸음이 무거운 날이 많아졌습니다.
한정된 시간과 인력, 달성해야 하는 청원의 숫자가 부담스러웠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운영되기에 처진 모습을 주위에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가 힘이 빠진 모습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영향을 받겠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아침이면 청원 물품을 수레에 담아 동네 어귀로 끌고 나갔는데,
이런 날은 발걸음도 무겁고 가슴도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무거운 마음 잘 살피며 마을 주민들을 만나다 보면 점심 즈음엔 배가 고파졌고 기분도 올라왔습니다.
90일 동안 혼자 거리로 나간 날은 몇 번 되지 않았습니다. 최소 한, 두 명은 함께 했기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순간들을 견뎌낸 제 자신에게 대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저를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준 활동가들, 그리고 제 아내가 아니었다면 청원 인원을 달성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두 번째 순간은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86세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이곳에서 한평생을 살았어. 나 어릴 적에는 방사능 이런 거 없었지. 여기 한강에 나가서 멱도 감고 빨래도 하고 그랬는데 물이 얼마나 맑았다고. 손으로 떠서 보면 너무 맑았고 그대로 마셔도 아무 문제없었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은 아이가 두 손 가득 강물을 담아 바라보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할머니가 살아온 시대,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얻은 것, 그리고 잃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이들을 등원시키는 엄마들의 모습입니다.
작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고, 안아주는 모습을 봅니다.
‘다녀올게’ 하고 아이는 학교로 걸어 들어가고 부모는 아이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더 바라봅니다.
아이가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계속 지켜봐 줍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런 사랑으로 우리들이 자란 거구나 새삼 느낍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윤재도 금세 자라겠지? 나도 아이를 등원시키는 날이 금방 오겠구나’ 싶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이야말로 이번 주민참여조례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광진구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아이들 급식 만들기 주민참여조례 청원 결과보고>
9월 6일~12월 5일까지 (90일 간)
광진구 주민 청원 : 6781명 (비인정 청원 일부 포함)
주민청원 달성 인원 6120명의 110% 달성 (광진구 주민 2%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