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문 부산에서 눈에 비치는 모든 익숙함이 나는 새로웠다. 알 법한데도 낯설고, 모르는 것도 익숙한 장면의 연속이 마치 자각몽 같았다.
남해는 고요했다. 날씨가 좋아 바다는 선명했다. 충분한 바람에도 파도는 잔잔했다. 파도에 발맞춰 마음도 잔잔했다.
기차 시간이 촉박했다. 떠나기 전에 돼지국밥을 먹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10년여 전, 부산까지 와서 돼지국밥이 아닌 소고기국밥을 먹었던 어린 나의 늦은 반성이다. 쫓기듯 돼지국밥집을 찾아 들어갔다.
사투리가 가득한 매장에서 나는 이방인이었다. 1인석에 앉았다. 리스닝엔 소질이 있으나 스피킹이 부족한 이방인은 작은 목소리와 손가락으로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맛은 진했으나 감탄하진 않았다. 좀 더 낡은 가게로 가야 했나, 얕게 후회했다.
대전쯤 되니 창문에 비가 묻었다. 귀향길은 그립지 않았고, 귀갓길은 반갑지 않았다. 바다에 적신 탓인지 마음은 어딘지 짭조름했다. 비에 젖은 서울에 들어서며 나는 다시 밍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