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냥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하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
의~~~~ 지가 중요해! 요즘애들을 악바리가 없어!
혹시 "미생"이라는 웹툰 아시나요? 그 작품의 주인공 장그래의 독백입니다. 예전에는 "헝그리 정신"으로 대표되는 일명 "악바리"가 대세였지만, 요즘에는 의지보단 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에이 출근하는데 어떻게 먹고 싶은 것만 먹어~' / '에이 출근하는데 어떻게 책을 읽어~'
제가 매년 다짐하는 다이어트, 책 읽기 같은 새해 다짐을 매년 실패하는 이유도 제 의지 문제가 아니라
저를 다잡아주지 못하는 환경문제라고 매번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아무튼 환경문제입니다.
습관은 환경으로부터
'아침시간을 유용하게 써야지'라는 말로 항상 아침시간을 유용하게 써야 하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아침시간을 유용하게 쓸지 고민하던 찰나에 재밌는 서비스를 찾아냅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아침 루틴을 따라 할 수 있는 어플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그 어플은 바로 "루티너리"였습니다. 혹한 저는 루티너리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검색을 해보았고 그중에 루티너리 서인석 대표님의 인터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인터뷰에서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바로 습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의지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 - 머니투데이
매년 자기 계발이 실패할 때마다 했던 자기 합리화가 진짜 환경문제 일 수도 있다고 근거 있는 자기 합리화로 진화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생활 루틴의 환경을 도와주는 어플이 나왔으니, 일단 써보고 스스로 했던 합리화가 진짜 근거 있는 주장이었는지 설득하기 위해 어플을 사용해보았습니다.
1.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는가?
- 습관과 행동변화의 관한 문제는 누구나 가지고는 있지만 해결하기 힘든 인류의 과제
의지보단 환경으로, 맨 땅에 헤딩 대신 선택으로
루티너리는 고객들의 문제를, 기존에 생각하던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스케쥴러가 필요한 것이 아닌, 습관을 만들어가는 환경이 현재 제공되어있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존 서비스들이 단순히 조금 더 나은 가시성, 깔끔한 일정표에 집중했다면, 루티너리는 이런 루틴을 해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을 합니다. 그루틴을 선택하면 그 루틴 시간에 맞추어 챗봇이 알림을 보내고, 루틴 진행시간 동안 타이머가 돌아갑니다. 그 타이머가 진행되는 시간에 그 업무에 관한 생각만 하면서 루틴대로 진행합니다. 해당 루틴은 필요할 경우 루틴을 수정하여 사용할 수도 있고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즉, 루티너리는 좋은 생활습관을 만드는 루틴을 제안하고 그 루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 기존에 존재하던 해결 방식을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통해서 어떻게 해결하는가
루틴 추천
잠자리 정리, 양치질 등 테마와 아침 루틴, 저녁 루틴 등 분류에 맞추어 생활 루틴을 추천해줍니다. 추천 루틴 안에서 실제 내가 진행할 수 있는 혹은 진행하고 싶은 루틴을 선택해 나만의 루틴을 커스터 마이징 합니다.
루틴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루틴을 실행하는데 어떤 걸 해야 하는지, 얼마 동안 해야 하는지 같은 사소한 고민들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하고 루틴을 추가하는 것도 실제로 입력하지 않아도 되고 버튼 몇 번으로 끝나 사람들이 생각하기 전에 움직일 수 있게 해 줍니다.태그 또한 아침, 저녁 외에도 유명인의 루틴이나 업무 생산성 같은 추천 루틴도 있어 여러 상황에도 루틴대로 진행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루틴 진행
정해진 시각이 되면 선택했던 루틴이 진행됩니다. 선택했던 루틴 시간만큼 타이머가 흘러가며 그 시간 동안에는 그 루틴에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선택했던 루틴 모음이 끝나면 어떤 루틴을 성공했고 어떤 루틴을 건너뛰었는지 알려줘, 관리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알림만 울리던 기존 스케쥴러에서 알림 + 진행까지 도와줌으로써 루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3. 고객이 사랑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충분한 고객가치를 만들어내는가
고객의 불만을 충분히 해소하는가?
루티너리의 목표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루틴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서비스입니다. 루티너리의 주요 서비스인 루틴 추천의 장점인 복잡하게 루틴을 짤 필요 없이 추천해준 루틴으로 나만의 하루 루틴을 커스텀할 수 있다는 것과 그 루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타이머는 하루 루틴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는 고객들이나, 이미 루틴을 지키고 있는 고객들에게도 충분한 가치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루틴을 정해주면 선형적이지 않을까?
어떤 루틴을 하라고 지시한다면, 특정 루틴만 수행하는 게 아닌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루티너리는 다양한 루틴 포맷을 제시합니다. 루틴의 성향(아침, 저녁, 업무 등), 루틴의 난이도(루틴의 개수), 루틴의 목적(약 먹기 등) 등 다양한 분류의 루틴들을 제시하고 있고 유저들은 그저 원하는 루틴을 선택하고 루틴을 진행할 시간만 고르면 됩니다. 그리고 루티너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싶은 고객들을 위해 세부 루틴(물먹기 등)을 선택하여 자신의 루틴에 포함시킬 수도 있습니다.
친절한 루티너리 씨
새로운 서비스, 루틴을 시작해보려는 고객들 입장에선 이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루티너리는 튜토리얼을 제공함으로써 서비스 사용법과 루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미리 알려줍니다. 추가로 루틴에 관한 Tip들을 제공하여 루틴을 어떻게 짜면 좋을지에 대한 도움을 줍니다. 루티너리에 사용법에 관한 추천글들도 서비스 내에서 살펴볼 수 있어 루틴을 짜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4. 기업은 해당 고객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는가
구독형 서비스
구독자 혜택
루틴 3개 이상 추가(기존 최대 2개)
통계 분석(루틴 진척도, 습관 유형 분석 등)
커스텀 아이콘 및 알림음
기본적으로 루티너리는 무료로 사용 가능한 서비스이나 추가 기능을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하는 BM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루틴을 짤 때는 기본 무료 기능만을 사용하여 충분히 사용 가능하나 본격적으로 하루 온종일의 루틴을 짜고 그 루틴을 정확히 지키고 있는지 확인할 때는 구독으로 추가 서비스를 사용해야 합니다.
5. 그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 해결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고객이 얼마나 많은가
갓생 : (GOD + 生) 소소한 성취감이 드는 일을 규칙적으로 하며 사는것
성장 중인 시장
위 그래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루티너리의 트래픽은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이후 습관 형성, 자기 계발의 중요성은 점차 늘어났고 "갓생"이라는 말이 유행을 탈 정도로 부지런한 삶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기준 루티너리는 총 130만 이상의 고객들이 사용 중이며, 국내 이용자보다 국제 이용자가 훨씬 많은 서비스입니다.(80% 이상이 국제 이용자)
* 루틴이라는 말이 국내보단 해외에서 좀 더 익숙한 듯 하다 - 왜 국제 이용자가 더많을까라는 질문에 루티너리 CTO
경쟁 서비스(돈 vs 환경)
루티너리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여럿 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서비스는 '챌린저스'라는 서비스입니다. 챌린저스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는 루티너리와 달리 고객의 "돈"을 인질로 삼아 강력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사실 루티너리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로만 비교한다면, 챌린저스에 비해 루티너리는 투자금액이나, 트래픽 같은 면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두 서비스의 성향이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에게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면은 같지만, 그 동기 부여의 방법(챌린저스 : 돈, 루티너리 : 환경)이 상당히 다르며 챌린저스의 경우 큰 목표(1만 보 걷기) 하나를 두고 달성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면, 루티너리는 물먹기부터 명상까지 세세한 루틴의 성공 여부까지도 판단합니다. 현재는 챌린저스에 루티너리가 부족한 면이 보여도 챌린저스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성장한 루티너리도 자신만의 강점을 밀고 나간다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 이 모든 것들을 해내는 데 있어서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카피할 수 없는 차별적인 경쟁우위가 있는가
"앱을 통해서 유저들에게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저희 앱의 가장 큰 가치입니다."
루티너리 서인석 CEO님이 인터뷰 중에 말한 루티너리의 가치입니다. 루티너리의 환경을 동기로 루틴을 습관으로 바꾼다는 목표는 루티너리의 세세한 루틴 선택으로 만드는 나만의 루틴으로 개인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다 같이 함께하는 챌린지를 홍보하는 "챌린저스"나 커뮤니티의 힘으로 움직이는 "마이 루틴" 같은 커뮤니티형 서비스가 대세인 요즘에 맞지 않는 전략일 수 있으나 서인석 CEO님의 말처럼 개인 한정 습관 서비스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된다는 말처럼 나의 습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누구에게는 숨기고 싶은 비밀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해외에서 많이 쓰는 서비스답게 8개 국어(한국어, 독일어, 영어 등)를 지원하고 있어 해외 확장에 있어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7. 그래서, 루티너리는 PMF(Product Market Fit)을 찾았을까?
제가 내린 결론은 "아직 모른다".입니다. 루티너리 서비스 자체는 분명 J커브를 그리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130만이 넘는 다운로드 수와 4.8의 앱스토어 서비스 평점 리뷰는 타깃+고객+집단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루티너리 자체가 이제 2년 차를 넘어 3년 차에 접어드는 젊은 서비스입니다. 트래픽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죠. 아직 소비자들도 알 수 있을 만한 큰 위기를 겪은 적이 없는 듯하여, 남아 있는 "광팬"들의 데이터도 부족하고 루티너리 자체도 2022년 1월에 한 CEO의 인터뷰에 따르면, 내 루틴과 정체성을 연결하는 기능 등의 꼭 필요한 기능들을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개선하고 있는 제품 개선의 단계이기에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루티너리의 "루틴으로 습관을 만들어준다"라는 해결책은 문제가 해결된 뒤에 고객을 붙잡을 만한 요소들을 아직까지는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루틴으로 습관을 만들면 사실상 그 고객에게 루티너리는 매력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문제가 해결되었는데 매월 금액을 지불하면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가치를 이용자들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목표를 해결한 고객들이 이탈했을 때,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 서비스인 챌린저스는 리워드가 있고 마이 루틴은 커뮤니티 소속감이라는 이후에도 고객을 붙잡을 수 있는 요소들이 있는데 루티너리의 경우에는 아직 미흡한 듯 합니다.
루티너리의 BM인 구독 또한 아직까지는 그 기능들이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척도나 통계 같은 것, 루틴의 수 증가는 경쟁 서비스인 챌린저스는 무료로 제공하는 기능들이며 커스텀 아이콘과 알림음은 나의 공간을 꾸미고 싶다는 고객들 한정으로 흥미가 동하는 것이기에 한번 더 시장이 좁아집니다. 차라리 그냥 루틴의 수 같은 기능들을 하나씩 영구히 구매하는 방식과 구독을 하는 방식 두 가지 BM으로 나눠 고객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서 말한 습관을 완성했을 때, 떠나는 고객을 잡는 것에도 매월 돈이 나가는 구독이란 BM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루티너리와 타 경쟁사들의 방향은 다르지만 각자 밀고 있는 강점이 다르기에 이 경쟁이 어떻게 될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그래도 오늘 루티너리를 열심히 리서치해보니 멋있는 팀원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로 나아가고 있어 훌륭한 서비스를 우리에게 제공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