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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사장님 Mar 13. 2024

초등 겨울방학, 한 달 살기가 남긴 것

초등 1학년 겨울방학 필리핀 세부로 한 달 살기를 다녀왔고, 초등 2학년 겨울방학 호주 시드니로 한 달 살기를 다녀왔습니다. 영어 교육뿐 아니라, 소심한 아이가 다양한 인종을 만나고 다가가는 방법, 큰 세계에 대한 관심이 생긴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엄마, 왜 외국사람들은 코리아라고 하면 꼭 사우스 코리아라고 묻는 거야?

엄마, 필리핀 세부는 호텔 안은 너무 깨끗하고 좋은데, 택시 타고 가면서 보는 집들은 지저분하고 슬퍼.

엄마, 필리핀 사람들은 왜 필리핀어가 있는데 영어를 잘해?

엄마, 호주 어보리진은 왜 영국사람들한테 나라를 빼앗겼어?

엄마, 우리 학원에 비엔남 친구가 새로 왔는데, 비엔남에서 호주까지 영어를 배우러 온 거면 잘 사는 거야?

엄마, 왜 타운홀 앞에는 영국 여왕(빅토리아) 동상이 있는 거야?

엄마, 홈리스들이 거리에 침대(매트리스)를 놓고 자는 건 진짜 아니지 않아? 담배 사서 피울 돈으로 먹을 것을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엄마, 호주사람들은 갤럭시를 안 쓰나 봐, 갤럭시 폰케이스가 없어. (아이 핸드폰이 갤럭시인데 호주에서 갤럭시 폰케이스가 없어서 못 샀어요 ㅎㅎ)

엄마, 호주에서는 왜 어그부츠가 싸?


엄마, 엄마, 엄마, 엄마를 수백 번 부르고 질문하는 통에 귀에서 피가 나고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아이의 세계와 생각을 알 수 있었어요.


예로 아이는 본인이 공산주의국가에서 살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해요. 왜냐고 물으니, 자기는 열심히 일할 건데, 음식을 조금 받으면 화가 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는 북한에서는 못 살 것 같다고 해요. 정말 열심히 일 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생기긴 하는데, 여하튼 본인이 열심히 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요즘 들어 왜 꼭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머리가 아프긴 하지만요. 인생 전반에서 특히 일하고 나서부터는 성실을 가장 큰 가치로 두고 살아왔는데, 계속 이렇게 10년 20년을 살아가려니 너무 힘이 들어서요. 힘 좀 빼고 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고, 요즘 들어 더욱 왔다 갔다 하는 내 마음이지만, 여하튼 성실이라는 가치는 숭고하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공산주의, 자본주의, 세계사, 식민지배, 수입, 수출 등등 질문이 너무 광범위하고 어디에서 어디까지 설명해줘야 하는지 머리가 아프기도 하지만, 같이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도 찾아보고, 설명도 해주면서 아이의 시야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또 시드니에서는 숙소비를 아낄 겸 셰어하우스 마스터룸에서 생활했는데, 아이가 다른 방에서 생활하는 일본인 언니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더니, 그 언니에게 일본어도 배우고, 일어나자마자 나가서 언니에게 일본어로 인사도 했더랬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와 아이에게 문화센터에서 하는 일본어 강좌 신청해 줄까? 했더니, 배우고 싶다고 해서 4월부터 매주 수요일 7시-9시 일본어 수업을 듣기로 했어요. 엄마랑 같이요. 공부 삼아 배우는 것은 아니고, 선생님께서 일본인이시고, 회화 위주 수업을 한다고 해서, 재미 삼아 배우려고 신청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일찍 시작해서 하다 보면 일본어 쪽으로도 뭔가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허황된 희망이 있기도 하고요. 헤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너무 많으니, 일본어라도 일찍 배워두면 혹시 압니까? 외고에 들어갈 수 있을지 말이에요^^



그리고 아이뿐 아니라, 한 달 살기는 엄마에게도 너무 귀한 시간이었어요.

한국에 있으면 온갖 광고문자부터 아이 관련 학교, 학원 연락, 남편 와이셔츠 찾아가라고 세탁소 문자까지 나한테 오는, 유튜브 결제 안된 것 같다며 계좌 확인해 달라는 남편과 또 친정, 시댁 행사와 인사전화해야 되는 상황, 작은 가게지만 챙겨야 할 게 너무 많고 함께 일하는 모든 분들이 나만 바라보는 느낌 등등에서 별게 아닌 게 오만가지 모여 만들어 내는 나의 하루가 어떨 때는 '아 숨쉬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렇게 숨이 턱턱 막히게 개고생 하며 11개월 열심히 살아온 워킹맘인 저에게 로밍을 안 해갔기에 문자하나, 연락하나 오지 않는 한 달 살기는 여유로운 쉼과 한 해를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 귀한 시간이었어요. 특히 새해를 살아갈 구체적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성장의 시간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아이 초등 6년 겨울방학마다 한 달 살기를 해보기로요!

Why not? Give it a 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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