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오기 Nov 13. 2024

수목원 나들이

이제 부모는 서서히 뒤로 물러나야 하는 자리랄까?

 지난 일요일 손주가 와서 같이 자고, 주변수목원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아직 6개월 된 아기라 큰 관광지도 버겁고, 유모차 다니기 좋은 가까운 공원이 안성맞춤이다.

날씨도 따뜻하고, 햇살도 좋아서 아기 데리고 나들이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원래 수목원 갔다가 근처 카페 가기로 계획했는데,  수목원의 가을 단풍이 너무 좋아서 그곳에서 사진 찍고, 박물관 구경하고 간단히 준비한 과일과 커피로 대신했다.


손주가 있는 딸 내외와 함께 한 나들이는 처음이다.

수목원 안에 있는 곤충박물관에서 손주는 난생처음 쥐도 보고, 거북이도 보고, 물고기도 보느라 쌩쌩하더니 수목원을 거닐 땐 금세 잠이 들었다. 손주에게 아직 바깥나들이는 버거운 모양이다. 주로 유모차에서 잠을 자고 우린 유모차만 차례대로 밀고 다녔다.


산책하며 곱게 물든 단풍도 봤지만, 주로 딸네 부부가 앞서가면, 우린 뒤에서 딸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뭔지 모르게 뿌듯했다. 딸네랑 함께 있으면 이제 우린 뒤에서 바라봐 주는 입장이 되는 것 같다. 서서히 뒤로 물러나야 하는 자리랄까? 바라봐 줘야 하는 자리랄까?


대학생처럼 둘이 장난치고, 서로 사진 찍어 주느라 알콩달콩한 모습이 마냥 이쁘다. 또래들보다 약간 일찍 결혼과 출산을 해, 둘 다 충우돌 바쁘게 살아간다.  나들이에서 오자마자 거실에 그득한 손주 짐을 다시 챙겨, 자기 집으로 가는 큰애의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엄마다.


열심히 사는 큰애네 부부와 손주를 너무 가까이도 멀리도 아닌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봐 줘야겠다.

힘들다고 손 내밀면 잡아주고, 이제 둘이 주인공이 될 수 있게 뒤에서 응원하고, 등 두드려 줄 수 있는 거리면 딱 좋겠다.


그래도 손주가 오면 몸은 힘들어도 기분은 업된다.

나도 영락없는 손주바라기 할머니다.



작가의 이전글 모바일신분증을 등록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