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6
아빠 INFP는 1976년생, X세대다. 1995년 대학교에 입학했다. 신입생이었던 1995년도 상반기에는 김건모와 룰라의 노래가 대유행이었다. 지금도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과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를 들으면 학교 구석구석, 학교 근처 골목골목에서 발생한(?) 많은 추억들과 찐한 이야기들이 친구들의 얼굴과 함께 선명하게 그려진다. 우리가 다니던 모든 곳에서 이 노래들을 들려주었기에 우리가 있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이 노래들이 한데 어울려 저장되고 말았다.
딸 INFP는 2007년생이다. 아이돌을 격하게 따라다니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룹 세븐틴을 좋아한다. X세대로서, 지금도 힙합을 포함해 다양한 대중음악을 즐겨 듣는 아빠 INFP이지만, 아이돌에 대해서는 젬병이다. 아이돌이라고 해봐야 BTS, 블랙핑크나 알지 세븐틴은 몰랐다. 딸 덕분에 세븐틴이 나오는 예능이나 가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세븐틴은 당연히 남자아이들 17명이 하는 그룹이겠거니...
그런데!
세븐틴은 13명이다. 그룹 세븐틴은 17명이 아니라 13명이다.
13명의 아이돌과 그들로 이루어진 3개의 유닛과 하나의 팬, 이렇게 합쳐서 17, 세븐틴이라는데...
딸에게서 이 설명을 들을 때, 같은 과 여자 후배 한 명이 떠올랐다. 제대 후 복학해서 같이 수업 들었던 후배였으니 아마 나보다 3-4살 어렸으리라. 눈이 크고 맑았고, 단발머리에 항상 조용하고 차분한 후배였다. 시험을 준비하며 같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지오디 팬이라고 했다. 아직 지오디가 유명해지기 전이었다. 그 후배를 통해 처음 지오디의 노래를 들었다. 신선했고 좋았다. 소극적이고 조용한 아이인 줄 알았는데 지오디에 대해 갑자기 열렬히 설명하는 그 모습이 뇌리에 남아있다. 그 후배도 INFP나 ISFP 뭐 그 정도 아니었을까?
딸과 후배는 조용한 이미지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한 내적 신념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 특히 음악, 미술, 문학, 만화 등에 대한 열정이 있다. 그러한 공통점이 세븐틴과 지오디를 연결하여 내 기억에 떠오르게 했으리라. 난 INFP의 예술적인 열정이 좋다. 많은 INFP들이 다양한 분야의 작가, 혹은 연예인, 음악가 등으로 활동한다. 딸 INFP도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작가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상상의 나래를 펴기를 즐겨하는 INFP들에게 작가는 꿈의 직업이라 생각한다. 많은 시간을 돌고 돌아 글작가로 다시 시작하는 아빠 INFP가 아니라, 딸 INFP는 지금부터 작가의 꿈을 가지고 살아가길 기도한다.
물론 강요는 아니다. 아닐 것이다. 아니리라.
글작가 들불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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