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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Nov 01. 2024

장인 어른 편히 쉬세요

마지막 편지로 남은 기억

  아버지, 며칠 동안이라도 편히 쉬셨는지요? 하긴 중환자실이란 곳이멀쩡한 사람도 금방 죽을 것처럼 힘들게 만드는 곳이라 그곳에서 1주일을 버티면서도 의지를 잃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은 오늘도 저에게 깊은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아버지!

  지난 번 면회 때 시간이 얼마 남지 않고, 귀하기에 어서 집에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씀하신 거 기억하시죠? 그때 제가 그간 충분히 고단하셨으니 이제 좀 쉬신다 생각하고 계시라고 했어요. 그래야 가족들도 맘 편하게 다른 일을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제 본 뜻이 그게 아닌 것은 아버지께서도 잘 아시죠? 가족 말고 진정으로 아버지께서 편하셨으면좋겠습니다.

  아버지!

  앞으로 한 5년만 같이 사십시다. 그리고 정말 아버지 바람처럼주무시다 편안하게 하나님 곁으로 돌아가면 어떻겠습니까?

  혹여, 돌아가신 후 어머님 혼자 남아서가 걱정이라면 그런 걱정일랑은하지 마셔요. 어머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잘 모실 겁니다. 수단과 방법은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마셔요. 처남은 남 돕고 살 처지는 못 되지만 지금 제 식구 밥벌이는 하는것 같으니 그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늘 화가 많은 막내 처제는그래도 똑순이처럼 똑부러지는 성격이니 나이가 좀더 들면 지금보다야 다소 유순해지지 않겠습니까? 착하고 어리숙하기만 한 첫째 처제도 딱 저하고 맞는 짝 만나서 살고 있으니 그 또한 아버지께서 걱정하실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째 사위는 말도 빠르고 그것보다 몸이 더 빠르니 제 식구는굶기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럼, 장인으로서 걱정할 일이 별로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자발없이 여기저기 안 끼는데 없는  사위야말로 제 멋에 사는 사람이라 주변 사람만 걱정이지 본인은 자기 욕심껏 살고있으니 그 또한 아버지 걱정은 아니겠지요.

  저는 아버지 손글씨를 읽고 많이 울었습니다. 그간 아버지를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늘 저와 함께 하신다는 말씀을 써 주셨는데. 그게 그리도 맘 아프고 가슴 시릴 줄 몰랐습니다.아버지의 삶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그 동안 저 중심으로 아버지를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제가 반성해야 할 일이겠지요.

  아버지, 제게  아내라는 선물을 주셨고, 30년 가까이 지지고 볶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또 다른 가족을 선물로 주셨으니 그 또한 감사드립니다. 그러니, 아버지! 장손 결혼할 때까지만 딱 사시는 건 어떠세요? 지금도 힘들게 견디고 계신 줄 알지만 조금만 더 참고 견뎌 주세요. 아직 중환자실에 계신 아버지께 제대로 인사를 못 드린 손주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아버지, 이제 맘을 독하게 먹고 늘 조심하면서 생활하셔야 합니다. 몸이 아프셔도 지금보다 더 참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혹시 버티다 버티다 너무 힘드시면 그때에 제게 미리 말씀해 주셔요. 저도 아버지를 하나님 곁으로 보내드릴 준비를 해야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아버지! 지금은 아닙니다. 제가 이제부터 아침 점심 저녁으로전화 드릴 테니 그 전화 꼭 받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저 또한 그리 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아버지! 오늘은 하늘이 무척이나 맑습니다. 조만간 퇴원하시면 저랑 같이 하늘 보면서 사진 한 장 찍으셔요.


2024년 10월 31일 맏사위  올림


이 편지를 아버지께 읽어 드리려 했는데 그 새 그만 하나님 곁으로 돌아가시고 말았네요.


2024년 10월 31일 13시 41분 소천하신 장인 어른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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