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29살의 부모님께
'옛날'이란 단어는 시간의 벽을 세운다. 우리는 그 벽 앞에서 시야가 가려지고, 경험하지 못한 과거에 이질감을 느낀다. 90년대생이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낯설게 느끼 듯, 2030년생은 2025년에 일어난 일들이 옛날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2015년 11월, 신원호 PD의 세 번째 시리즈 응답하라 1988이 방영되었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를 응원하면서 21살에 즐겁게 본 드라마다. 88 올림픽과 삐삐를 본 적 없는 95년생은 88년도가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졌다. 9년이 지나서 다시 드라마를 시청했다. 처음 볼 때와 다른 점이라면 화면 속 세상에 사는 나의 부모님의 나이와 동갑이 되었다.
부모님의 젊은 날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 세대는 옛날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때는 그런 일을 겪어도 되는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옛날이니까. 하지만 응답하라에서 보이는 세상은 내가 겪은 세상과 꽤 비슷했다. 가족끼리 뭉치고, 이웃이 있고,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다. 기술 발전이 부족해서 지금 누리는 편리함과 풍요로움은 부재했지만, 여전히 같은 삶을 살고 계셨다. 그들도 졸업 후 취직을 걱정했고,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길 원했고,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만들길 원했다. 세대는 다르지만 나와 그들은 같은 고민을 했다. 왜 항상 부모님의 세상은 다르다고 생각했을까.
60대가 된 부모님을 보니 마음이 찌릿했다. 30대가 된 나는 여전히 아기를 키울 자신이 없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방황하는데, 그 시절에 IMF를 겪으며 우리를 지켜냈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모님의 젊음을 헤아릴 준비가 됐을 땐 나도 부모님도 나이를 먹고 있었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세월은 그 고운 얼굴에 사정없이 주름을 남겼다.
오랜만에 멜론에서 2000년대 발라드를 들었다. 20년째 듣고 있지만 여전히 명곡이다. 그 노래를 들으면 2000년대 초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서 더 그리워진다.
부모님이 어릴 때 자주 듣던 노래라고 나에게 들려주던 게 이런 마음이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