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착각

좋기보다는 부담스러울 할 줄 알았지

by 밥김미

10월에 남편이 제주도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참석하게 되었다. 우리는 5월에 이미 한국을 방문했지만, 4개월 만에 다시 또 한국에 와야 했다. 다행히 남편의 출장 비용은 회사에서 전액 지원해 주기 때문에 나만 비행기표를 사면 됐다. 어차피 지불할 금액인데 혼자라도 일정을 앞당겨서 한국에 길게 머물기로 했다. 추석 기간에 맞춰서 남편보다 5주 먼저 도착했다. 부모님께는 10월에 간다고 말씀드렸다. 9월에 온다고 하면 왠지 반기지 않을 것 만 같았다. 나 혼자 오는 것보다 남편과 같이 오는 걸 더 좋아할 것 같아서 망설였다. 그리고 이미 출가한 딸이 한 달 동안 집에 있으면 부담스럽지 않을까 생각했다.


추석이 시작되는 월요일 저녁 오빠가 부산역에 마중을 왔다. 우리는 둘째 동생까지 태워서 다 같이 집으로 갔다. 집 현관에 들어갔을 때 나를 본 아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셨고, 2초가 지나서야 나를 알아보셨다. 엄마는 아빠가 딸 이름을 잘못 불렀다고 생각하며 부엌에서 나오셨다. 나를 보자마자 격하게 안으며 반겨주시는 부모님 모습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남편보다 먼저 왔다고 하니 너무 좋아하셨다.




부산에서 지낸 지 9일 차, 엄마와 운동일기를 적는 어플에서 친구를 맺었다. 엄마의 일기를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큰 딸과의 시간이 하루하루가 아쉽네요.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건 제 욕심이겠죠?' 엄마가 나와 보내는 시간을 이토록 소중하게 생각하셨는지 몰랐다.


지난 5월에 한국에 왔을 때 친구들을 만나느라 정작 부모님과 보낸 시간은 손꼽았다. 그리고 아빠가 직장에서 베트남 출장이 잡혀서 엄마는 집에 혼자 있었다. 딸이 멀리서 한국을 방문했는데 엄마는 혼자 밥을 드셨다. 그때 나는 강릉과 서울 그리고 대구를 쏘다니며 친구들을 만나느라 바빴다. 그때는 몰랐다.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헤아릴 겨를이 없었다. 한국에 온 김에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다 만나고 가는 게 목표인 것처럼 전국을 쏘다녔다. 출국날에야 깨달았다. 딸이 한국에 왔는데 하루도 아닌 몇 박 며칠을 엄마가 혼자 집에 계셨다는 생각을 하니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너무 늦게야 정신을 차렸다.


이번에 5주간 한국에 머무는 동안 친구들과 약속을 잡지 않기로 했다. 엄마 옆에 있기 위해서, 혼자였을 엄마의 말동무가 되어드리고, 33년간 밥을 짓느라 고생하셨을 엄마의 수고를 덜어드리려고 집에 있기로 했다. 5월과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주려만 하는 사람, 줘도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 넉넉한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

바로 부모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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