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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구 막힘, 유두 백반, 수포, 바늘로 뚫지 마세요

모유수유아카데미(ABM) 프로토콜 최신 업데이트

by YM Chung

유관구 막힘, 유두 백반, 유두 수포, 바늘로 뚫지 마세요-모유수유아카데미(ABM) 프로토콜 최신 업데이트


모유수유 중 갑자기 가슴에 멍울이 만져지고 아프기 시작하면 '유관이 막혔나?' 싶어서 뜨거운 물수건부터 찾으시는 분들 많으시죠? 열심히 마사지하고, 아파도 아기에게 더 자주 물리기도 하고요. 유두 끝에 하얀 점, '백반'이 생기면 집에서 바늘로 톡 터뜨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런 대처법들이 사실은 더 이상 권장되지 않는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모유수유 의학의 가장 권위 있는 지침인 '모유수유아카데미(ABM)' 프로토콜이 2022년에 대대적으로 개정되면서, '유관구 막힘'과 '유두 백반'에 대한 접근법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중요한 변화에 대해 속 시원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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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뭐라고 했을까요? 2002년, 2008년, 그리고 2014년까지 나온 ABM 프로토콜 #4 (Mastitis, 유선염)에서는, 유방 통증의 원인을 주로 '젖 정체(milk stasis)'로 보았습니다. 말 그대로 유관 어딘가가 굳은 젖으로 '막혀서' 문제가 생긴다는 개념이었죠. 그래서 해결책도 '막힌 것 뚫기'에 집중됐습니다. 수유 직전에 뜨거운 찜질을 해서 젖이 잘 돌게 하고, 아픈 쪽 유방부터 수유를 시작하고, 아기가 다 먹고 난 후에도 유축기나 손 유축으로 젖을 더 짜내라고 했습니다. 막힌 부위에서 유두 쪽으로 마사지해서 덩어리를 풀어주라고 했죠. 또 아기 턱이나 코가 막힌 부위를 향하게 해서 그쪽 젖이 잘 빠지도록 자세를 잡으라고도 했습니다. 유두 백반 역시 유관 구멍이 막힌 것이라 보았고요. 모든 해결책이 '어떻게든 젖을 빼내서 막힌 것을 뚫는다'는 것을 목표로 했었던 겁니다.


그런데 최신 연구 결과 기존 접근법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22년에 개정된 ABM 프로토콜 #36 (Mastitis Spectrum)에서는 아주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유관구 막힘”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쓰지 않고 폐기되었습니다. 왜냐면 유관은 무수히 많고 서로 얽혀 있어 모유가 큰 ‘플러그’처럼 관 하나를 막는 건 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유방 통증의 주된 원인은 굳은 젖 '덩어리'가 아니라, 실제로는 미세한 유관의 '염증'과 그로 인한 '부종' 때문이라는 겁니다. 젖양 과다나 유방 내 미생물 불균형 등으로 유관 벽이 붓고 좁아지면서 통증과 문제가 생기는 거죠. '유관구 막힘'이라는 용어 대신 '유관 협착(Ductal Narrow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부터가 이러한 관점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유두 끝에 하얗게 보이는 것(white spot, bleb)”은 단순한 모유 덩어리가 아니라, 국소적인 염증 현상인 것입니다.


원인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으니 해결책도 당연히 바뀌었겠죠? 뜨거운 찜질 대신 차가운 찜질을 권합니다. 열은 혈관을 확장시켜 염증과 부종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는 차가운 찜질로 부종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을 권장합니다. 또한 심부 마사지는 오히려 연약한 유방 조직에 손상을 주고 염증을 악화시켜 봉와직염이나 농양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절대 금지입니다. 마사지 대신 림프 순환을 돕는 것처럼 아주 가볍게 피부를 쓸어주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과도한 젖 비우기도 중단하도록 권고합니다. 젖을 필요 이상으로 자꾸 비워내면 우리 몸은 '아, 젖이 더 필요하구나!'라고 착각해서 젖양을 늘리게 됩니다. 그 결과 젖양 과다와 염증의 악순환이 생깁니다. 아기가 원하는 만큼만, 평소대로 수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신 이부프로펜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 복용은 염증과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정리하자면, 유관구 막힘을 억지로 뚫으려 애쓰는 대신, 염증을 가라앉히고 몸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 최신 프로토콜의 핵심입니다.


유두 끝의 하얀 점, 유두 백반(Nipple Bleb)에 대한 관점도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젖 찌꺼기가 굳어서 구멍을 막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유관의 염증 세포가 피부 표면으로 이동해 생긴 염증성 병변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늘로 찌르거나 뜯어내는 행위는 절대 금물입니다! 제거하면 상처가 생기고 구멍이 더 좁아지고 더 심한 염증과 통증,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유방 마사지는 염증과 미세혈관 손상을 더 악화시키고 유두보호기 역시 효과적으로 젖을 비우는 것을 방해하므로 권하지 않습니다. 지나친 유축은 젖양을 필요 없이 너무 많이 늘리고 미생물 불균형을 일으키고 젖을 “완전히 비우는 것”은 생리적이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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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프로토콜이 권장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사 처방에 따라 중강도 스테로이드 연고를 유두 병변, 즉 하얀 점 부위에만 살짝 발라 표면의 염증을 치료합니다. 이 연고는 모유수유에 안전하며, 수유 전 가볍게 닦아낼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유두에 생긴 하얀 점, 절대 뚫어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 자연적으로 좋아지므로 억지로 짜내거나 압박하거나 마사지하거나 젖을 비우려 하지 말고 아프면 소염진통제를 쓰고 냉찜질을 하면서 아기가 원하는 만큼만 먹이세요.


패러다임이 '배출'에서 '염증 조절'로 완전히 전환된 셈이죠. 모유수유 중 유방이 아프면 정말 힘들고 서럽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대처하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오늘 알려드린 새로운 지침을 꼭 기억하셔서, 더 이상 불필요한 고통을 겪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물론, 통증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열, 오한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서 전문가의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https://youtu.be/KR897TIGQYs?si=OZ_CUW4ICJDJST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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