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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세계 꼴찌, 세쌍둥이는 세계 1위?

저출산 시대의 역설-통계가 말해주는 위험 신호들

by YM Chung

저출산 세계 꼴찌, 세쌍둥이는 세계 1위? 저출산 시대의 역설-통계가 말해주는 위험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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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0.72명이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꺼져가는 출생아 수 속에서,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해 세계 1위를 기록한 지표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다태 임신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2025년8월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다태아 출생 추이와 과제' 보고서는 전 국민이 꼭 알아야 할 내용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출산 시대의 역설, 대한민국 다태아(쌍둥이, 세쌍둥이 이상) 출생의 놀라운 현주소와 그 이면에 감춰진 위험한 진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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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 1위 세쌍둥이, 대한민국의 기이한 기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한국의 다태아 출생 추이와 과제' 보고서는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줍니다. 현재 한국의 다태아 출산율, 즉 전체 분만 중 쌍둥이 이상이 태어나는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는 국가들 중 그리스에 이어 두번째로 높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쌍둥이 이상, '고차 다태아' 출산율입니다. 이 지표에서 한국은 분만 1,000건당 0.59건으로,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2위인 그리스(0.37건)와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전체 평균(0.21건)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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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들을 보면, 2010년 전후로 대부분 다태아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데 한국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보통 합계출산율이 떨어지면 다태아 출산율도 함께 감소합니다. 그런데 오직 한국만이 합계출산율이 전 세계 유례없이 수직으로 급감하는 동시에, 다태아 출산율은 거꾸로 치솟으면서 두 지표가 기이한 'X'자 형태를 그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체 신생아 중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7%에서 2023년 5.5%로 무려 3배나 급증했습니다. 도대체 왜, 대한민국에서만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2. 왜 쌍둥이는 계속 늘어나는가?

다태아 증가는 주로 출산 연령의 고령화와 그로 인한 의료보조생식술, 즉 난임 시술의 급증과 관련이 있습니다. 자연 임신에서 다태아가 생길 확률은 약 1~2%에 불과하지만, 난임 시술의 경우 이 확률은 30~40%까지 높아집니다. 국내 난임 시술 건수가 2019년 약 14만 건에서 2022년 20만 건을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다태아 출생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태아 부모의 연령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다태아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5.7세(29.5세→35.2세) 높아져서 단태아 산모(5.1세)보다 상승폭이 높았습니다. 2023년 기준 다태아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5.2세, 아빠는 37.4세에 달합니다.

특히 다태아 산모의 주 출산 연령대는 2000년에는 20대 후반(25~29세)이 절반을 차지했지만 , 2023년에는 30대 후반(35~39세)이 거의 절반(48.9%)을 차지했고, 40세 이상도 13.4%나 되었습니다. 다태아 아버지의 경우도 2023년에 35세 이상 78.9%를 차지할 정도로 고연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이처럼 늦어지는 결혼과 출산은 자연스럽게 난임 시술 증가로 이어집니다.


3. 축복 뒤에 숨겨진 위험, ‘고위험 임신’

문제는 다태아 임신이 단순히 아이가 둘, 셋이 되는 것을 넘어, 산모와 아기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는 '고위험 임신'이며 건강, 의료, 심리사회적 부담을 낳는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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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기들이 너무 일찍, 너무 작게 태어납니다.

다태아 임신은 단태아에 비해 평균 임신 주수가 약 3주나 짧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다태아 10명 중 7명 이상(71.1%)이 '조산'이었습니다. 이는 단태아 조산율(6.3%)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엄청난 차이입니다. 특히 28주 미만으로 태어나는 '극조산' 비율은 지난 20여 년간 약 5배나 증가했습니다.

조산은 곧바로 저체중 문제로 이어집니다. 2023년 기준 다태아의 평균 출생 체중은 2.33kg으로, 단태아(3.17kg)보다 840g이나 작았습니다. 정상 체중(2.5kg 이상)으로 태어난 다태아는 40.5%에 불과했고, 절반이 넘는 53.5%가 저체중아, 6.1%는 1.5kg도 되지 않는 극소저체중아로 태어났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들은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에서 수많은 합병증과 싸워야 하며 의료비는 단태아보다 4~5배 높습니다. 호흡기, 신경계 질환부터 장기적으로는 발달장애나 학습장애로 이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둘째, 부모의 심리사회적 부담이 훨씬 큽니다.

다태아를 임신한 산모는 임신중독증이나 임신성 당뇨 같은 합병증 위험이 2~3배나 높습니다. 출산 후 고통은 더욱 심각합니다. 한 조사에서는 다태아 산모의 30.2%가 '고도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태아 부모의 약 70%는 아이가 태어난 후 2년 동안 심각한 심리정서적 어려움, 극심한 신체적 피로, 사회적 고립감 등을 경험하는 등 2차적 위험에 노출됩니다.


4.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처럼 다태아 출생이 급증하고 그에 따른 의료적, 사회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정책적 준비는 너무나도 미흡합니다. 국내 다태아 관련 통계는 기본적인 현황 파악에만 머물러 있고, 이들 가정이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종합적인 자료는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이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제언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난임 시술 지원,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제고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시술비를 지원하고 횟수를 늘려주는 것을 넘어, 다태아 임신이 가져올 수 있는 의학적 위험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난임 시술 시 배아 이식 가이드라인 재검토 (예: 단일 배아 이식 권장), 다태아 임신의 고위험성에 대한 의료 정보 및 상담 강화, 그리고 다태아 임신 및 양육 정책 로드맵 구축이 논의되어야 합니다.


둘째, 다태아 가구를 위한 통합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다태아 가구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실증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들의 정책 수요에 기반한 연속적이고 통합적인 보건복지서비스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저출산 시대에 태어나는 아기 한 명 한 명이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 아기들이 건강하게 태어나고, 부모와 가정이 건강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소중한 이 연구 결과가 정책 결정에 반영되기를 바랍니다.


2025. 8. 25.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의 다태아 출생 추이와 과제'

https://www.kihasa.re.kr/publish/regular/focus/view?seq=70857

https://youtu.be/MICuXiiKk7w?si=vf3k6Wh5KDaeJ5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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