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매우 의존적인 나를 본다.
언니의 갑상선 암 전이
50대 중반을 살면서 내 삶을 쭉 되돌아본다. 누구한테 든 늘 심적으로 의지했던 것 같다. 가족들 중에는 엄마, 엄마가 돌아가신 후 언니, 언니와 소원했던 때에는 직장에 같이 근무했던 나보다 10년 연상인 선배, 의지했던 선배와는 3년 전 멀어지고 말았다. 30대 초 비슷한 시기에 입사하여 여러 저런 이유로 갈등이 있었지만, 20년 가까이 서로 의지했지만, 결국은 퇴직 후 얼마 지나지 않고 관계가 단절되었다.
화가 나고, 좀 더 나를 왜 이해하지 못하나 등등의 감정으로 힘들어했지만, 전에는 관계가 소원했던 언니가 이사 오면서 매우 가까워지면서, 의지하게 되었다. 언니가 아플까 봐, 먼저 세상을 떠날까 봐 암 수술받았을 때, 심적으로 매우 고통을 당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어 좋아졌지만, 60대 중반인 언니는 나보다 먼저 갈 확률이 많기에 언니의 빈자리를 생각하면 우울하다. 아마도 결혼하지 않았기에 더욱 그런 듯하다.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거나 분명 전화번호를 확인했을 텐데, 답신이 없으며 매우 우울하다. 평상시 그다지 애착을 갖지 않는 사람은 "바쁘겠지, 다음에 궁금하면 다시 연락해야지"라는 마음을 갖는데, 유독 친한 친구한테는 통화가 안되거나, 먼저 전화연락이 없으면 섭섭하고 의기소침해하며 우울해 진다.
누구나 당연히 느끼는 감정이라고 하지만 유독 사람관계에서 의미 찾고 거기서 삶의 충만함을 느끼는 나를 본다.
{문제 유형별 심리치료 가이드}에서 의존적인 사람의 증상은 '자신의 감정, 자기가치, 충족감을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얻으려고 한다. 또한 관계가 깨어지면 심각한 불안이나 공황을 느끼게 되고 다른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야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딱 나를 말하는 듯하여 공감이 많이 갔다.
우리는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이다.
나를 뒤돌아 보면, 근원적 존재는 엄마였고, 남자친구였고, 언니였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남자친구가 의존대상이었고, 헤어진 후 언니가 절대적 의존대상로 바뀌었다. 아마도 결혼을 했더라면 남편, 자식이 의존대성이었을 것 같다.
언니가 갑상선암에 걸렸다. 1년도 안 되어 다시 전이가 되어 최근 재 수술을 했다. 공황증상까지 일으킬 정도로 숨이 막히고 죽을 것 같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다. 결혼하지 않는 상태에서 언니는 친구이나 엄마였다. 65세의 언니, 언니는 5년만이라도 더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에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나오려 했다. 어떤 말도 언니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언니는 씩씩하다. "좋다는 음식이 챙겨서 먹고, 밭일도 많이 하지 않겠다"며 강한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난 믿는다. 20년 전 자궁암에 걸렸지만 지금까지 살아왔고, 두 번째 암도 잘 견디어 내리라는 믿음을 의심치 않는다.
50대 중반인 나, 오롯이 사람에게만 의존하고 거기에 의미를 찾는 것에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나도 상대도 사라진다.
불교공부하면서, 자등명(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법등명( 법을 등불로 삼고)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게 되었다. 강한 인간에 대한 애착으로 인한 괴로움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사람이 아닌 동물, 자연과도 친구가 되면 된다. 자각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온 천지가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