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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야 Sep 14. 2024

검게 변해 버려야 할 고추

검은색으로 변한 고추


언니는 울상이다. 밭에 가보니 고추를 골라내고 있다. 검은색으로 변한 고추를 일일이 분류하여 봉지에 담고 있다. "검게 변해 먹지 못할 것 같아서.."라고 말하는 언니의 얼굴에는 분노와 좌절이 뒤섞인 얼굴표정이다.  


고추가 검게 변했다. 7월, 8월 수확한 고추를 건조기에 말려 비닐에 넣어 보관했다. 비닐하우스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햇빛 차단막이 훼손된 채 곧바로 말린 고추가 강한 햇볕을 받으며 검게 색으로 변할 듯하다.


비료가 아닌 퇴비로 키운 귀한 유기농 작물이다. 20kg은  판매액은 대략 40만 원 정도 된다. 이웃집에서 가져가서 사용해 보겠다고 한다. 여름 내내 고생한 형부가 본다면 혈압이 올라갈까 봐, 일단은 이웃에 무료로 넘겼다. 언니는 나에게 "네가 팔아줬다고 할게"라며 나름 대처방법을 모색했다. 언니가 아까운 고추보다 형부가 보면 제대로 관리 못한 탓을 할까 봐 더 신경이 쓰인 듯싶다.


여하 간 언니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갑상선암 전이로 재수술받은 언니가 정신적 2차 피해를 입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언니 마음은 알겠는데, 언니가 있는 다음에 고추가 있어, 화가 나는 마음 알겠지만, 어떤 것도 내 것인 것은 없어"라며 훈계를 하며 언니의 마음을 달랬다. 전에 같으면 조언에 발끈하였지만 언니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나의 마음이 전달되어서인지 수용적인 태도로 더 이상 억울해하지 않는다.


최근 한 뉴스를 접했다. 길거리에 현금 10억을 빼앗겼다는 내용이다. 훔쳐 달아난 범인은 잡았지만 돈의 행방은 모르다고 한다. 전후 사정은 모르겠지만, 당사자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여하튼 많은 부는 천운이 따라야 한다. 어떤 것도 내 것이라고 평생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없는 듯하다. 사람도, 물건도, 돈도 잠시 머물다 가는 것뿐인데,,,,, 나는 왜 내 것인 양 영원히 소유할 것처럼 욕심을 부릴까!


미래를 모르기 때문이고, 육체를 소유하기 때문일 듯하다.


사용하겠다는 고추를 이웃집에 넘기고, 한결 마음이 편해진 그녀의 얼굴을 본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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