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인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강이 보이는 그늘 아래 생을 내려놓고 뒤를 돌아본다.
바다 같은 하늘에 나룻배 같은 구름이 강물처럼 흘러간다.
왜 나는 다리 위에 집을 지으려고 했을까?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이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재즈처럼 살고 싶었는데
욕계를 벗어나고 싶었다.
언제나 그때처럼 이번 생도 몸이라는 무명이 발목을 잡았다.
돌이켜보면,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고 미움은 미움이 아니었다.
몸은 아침이슬 같고 정신은 저녁노을 같은 것이어서
다리 위의 집은 허공에 난 길이었다.
간장 같은 어둠이 밀려와 경계를 거두어 들이면
별들은 소금처럼 썩지 않을 빛을 밝힌다.
게으른 베짱이라 욕계를 탈출하진 못했지만
더는 다리 위에 집을 짓지 않으리라
언젠가 돌아갈 것들로 이루어진
나의 마지막 심장은 불에게 주리라
수고한 다리는 나무에게 건네고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던 영혼은
바람에게 주리라
얇고 투명한 인연을 잠자리 날개처럼 쓰다듬으며
잠시 빌려 쓰고 돌려주려고 했던 것이 많이 늦어져 미안하다는 문자를
너에게 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