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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Jul 16. 2023

언더독: 프레디 머큐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2018)

#언더독스러움을 다 갖추고 있는 그


1960년대 영국에 사는 파록 버사라.

이름만 들어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이 남자는 당시 영국 사회에서 언더독일 수 있는 모든 요건을 갖췄다.


- 잔지바르 출신의 이민자 가정 출신에

- 미대를 나오긴 했는데 제대로 된 직업이 없어서 히드로 공항에서 수화물을 나르고 있고

- 남성스러움을 강요했던 시대에 발레와 여자옷을 사랑했으며

- 특히 절대 용납될 수 없던 양성애자였다


위의 조건들을 두루두루 갖춘 그는 언더독 시리즈 이번화의 주인공이 되기 충분하다.


범상치 않다


#부적응자들을 위해 노래하는 부적응자들


그에게는 이 험난한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하나 있는데 - 그건 바로 엄청난 음악적 재능이다.


노래로 유명해지고 싶은 데 일단 이름이 좀 그런 거 같다, 그래서 파록 버사라를 거부하고 프레디 머큐리라는 멋스러운 이름을 지었다 (아버지는 노발대발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그가 아니다).

클럽에서 공연을 보다가 보컬을 구하던 음악 하던 3명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프레디 머큐리'는 '퀸'이라는 밴드를 이끌게 되었다.



퀸 멤버들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자면 - 얘네들도 좀 이상한 애들이다. 프레디의 범상치 않음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 여자옷을 입으라면 입고, 6분이 넘는 난해한 곡 '보헤미안 랩소디'를 하자고 하면 하고, 힘을 모아 음반사에 개기기도 한다. 참 끼리끼리 잘 만났다.


그렇게 시대를 앞서가는 독창적인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중들을 사로잡으면서 빠르게 탑 밴드로 성장한 그들은 자신들을 이렇게 정의했다.



우리들은 부적응자들을 위해 노래하는 부적응자 들이다, 세상에서 외면당하고 갈 곳 없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이 문장이 그들과 프레디를 제일 잘 설명해 준다 - 그들은 자신들의 언더독스러움을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했으며 또 사랑했다.


#시련과 결말


잘 나가던 퀸과 프레디에게 시련이 찾아오는데, 첫 번째 - 역시 잘되는 집에는 똥파리가 꼬인다.

밴드의 리더 프레디를 꼬셔서 솔로로 데뷔시키려는 대형 음반 기획사들이 접근하고, 그의 옆에는 폴이라는 쓰레기 매니저가 온갖 유혹들을 부추기기만 한다.

달콤한 말에 취해 밴드를 버리고 솔로 앨범을 준비하러 떠난 독일에서 그는 매일 파티, 술 그리고 약에 쩌들어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 평생을 그의 편이었던 전 아내 메리가 나타나 눈물로 호소하자 프레디는 정신을 차리고 폴에게 한마디를 날린다.



내가 언제 썩었다고 느끼는 줄 알아? 주변에 파리가 꼬일 때


이후 그는 멤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 오늘의 언더독은 첫 시련을 메리 덕분에 나름 슬기롭게 극복했다.


메리 - 진국 같은 여자다


두 번째, 이 세상은 양성애자 셀럽을 가만두지 않았다. 언론은 그가 게이이며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집요하게 가십거리로 만들면서 따라다녔다. 아무리 멘털이 강한 프레디도 점점 버티기 힘든 지경이 되어 간다.

또한, 그 당시 마땅한 약이 없었던 에이즈는 그의 신체적 건강함도 빠르게 앗아갔다.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앞두고 멤버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고백하고 공연장인 웸블리는 지붕이 없으니 대신 하늘을 뚫어버리자고 한다 - 그의 마지막 출사표 같은 말을 들은 멤버들은 모두 눈물범벅이다.



전설적인 그 공연 이후, 그의 건강은 빠르게 악화되어 45세에 세상과 이별했다 - 그는 이 두 번째 시련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필자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기 전 영국의 옛 밴드 영화가 2018년 말 한국에서 대 성공한 것이 신기했다. 이건 마치 영국인들이 우리의 조용필 또는 나훈아 이야기가 담긴 영화에 열광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것과 같은 아이러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느꼈다 - 이건 단순히 한 가수의 영화가 사람들을 감동시킨 게 아니라고.


현시대를 살고 있는 수많은 '파록 버사라'들이 반응한 거다.


겉으로는 프레디 머큐리라는 멋들어진 가면 속에 숨어 살지만 사실은 언더독의 입장에서 탑독들과 매일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서러운 마음을 삼키며 버티고 있는 그들에게 철저한 비주류 출신 프레디라는 사람이 나타나 '나라는 사람은 내가 결정한다' 라며 꿋꿋하게 살다가 쿨하게 레전드가 되어 세상을 떠나는 삶 자체를 보여줘 버리니 확 빠져 버린 것이다.


이게 언더독 스토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아닐까.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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