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웃사이더: 미키 (반스)

영화 '미키 17' (2025)

by 리틀 창

#지구 대표 아싸 미키


2054년, 지구에 사는 미키라는 이름의 남자.

보육원 출신으로 그곳에서 만난 티모와 마카롱 가게를 차렸다가 쫄딱 망해 사채업자한테 쫓기는 신세다.


2025년, 한국사회를 사는 우리들이 입버릇 처럼 하는 말 '탈 조선'

미키는 생각의 사이즈가 남다르다, 그는 '탈 미국'이 아닌 '탈 지구'를 선택한다.

'나플헤임'이라는 행성 - 지구에서 입지가 좁아진 마샬이라는 정치인이 이주하려는 곳.

다시 말해, 그곳은 지구에서 안 풀린 사람들이 인생을 건 마지막 도박처럼 향하는 유토피아고, 미키도 그 중 하나다.


고달픈 현실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으로 서류 작성 시에 직무도 대충 적었다, 익스펜더블이라나? 뭔 뜻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그럴 사해서 지원 완료.

같이 사업을 말아먹은 친구 티모는 얍삽하게도 먼저 우주선 비행사로 지원해 합격했다 - 저렇게 빨리 돌아가는 머리로 왜 우리 마카롱 비즈니스는 말아먹은 걸까.


이렇게 지구의 아싸들을 실은 우주선은 니플헤임을 향해 출발한다.


#지옥을 피해 왔는데 더 지옥이다


어른들은 말한다, 모든 계약서는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급하게 대충 지원한 익스펜더블은 당연하게도 좋은 직무가 아니었다.


사람의 신체 정보와 기억을 백업해 두고 사망하면 프린트로 육체를 형성, 백업해 둔 기억을 덮어씌워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고난도 임무 또는 임무를 빙자한 온갖 인체실험을 당하며 개고생 하는 일이었다.



지옥을 탈출하려다가 죽는 게 직업이 되어 버린 미키씨, X 됐다.

전쟁 통에도 사랑은 꽃 핀다고, '나샤'라는 여자가 유일한 삶의 낙이다 - 이래서 얼굴 반반한 것도 스펙이라는 거다.


16번 죽고, 17번째로 프린트된 '미키 17'은 니플헤임의 생명체 '크리퍼'를 조사하러 갔다가 위험에 빠진다, 그때 비행선을 끌고 온 얄미운 티모 놈은 이렇게 말하며 매정하게 떠난다.



죽는 건 어떤 느낌이야? 넌 어차피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잖아! have a nice death~!


다시 프린트되면 죽여버려야지라고 생각하던 그는 크리퍼들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다시 본부로 복귀한다.


#인간을 인간으로 안보는 사회


빡센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운 미키 (정확하게는 미키 17), 근데 옆에 나와 똑같은 놈이 누워있는 게 아닌가.



본대에서는 그가 죽은 줄 알고, 이미 미키 18을 만들어 버렸던 것 - 미키, 아니 미키들은 충격이다.

마샬이 만든 이 세계에는 멀티플, 즉 복제인간이 동시에 둘이 존재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다, 미키는 나와 나와 똑같은 이놈의 존재를 어떻게 하면 숨길까를 고민해야 하는 전 보다 더 골 때리는 상황에 처했다.


가만히 보니, 얘는 나와 성향이 묘하게 다르다.

어리숙한 호구 느낌인 나와 다르게 다혈질에 실행력이 엄청나다 - 그래서 18(X팔) 호인가

사업에 쓴 사채 때문에 티모를 죽이려고 하질 않나, 나샤를 자신이 독차지하려고 하질 않나 암튼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그의 분노 중에 이해되는 지점이 딱 하나 있다 - 바로 독재자 마샬에 대한 깊은 빡침.

인간을 인간으로 안보는 익스펜더블이라는 직업을 만든 놈이며, 그의 세계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미키를 대놓고 무시하며, 원래 니플헤임의 주인이 이었던 크리퍼들을 말살시키고 이 행성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빌런 - 그의 아내 일파도 남편의 권력을 믿고 까불고 다니는데 그것도 꼴 보기 싫다.



미키 18은 역시 한다면 하는 놈이다.

기어기 마샬 암살 시도를 하다가 미키들은 발각되었고, 빌런 마샬은 그 상황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줄 아는 비상한 두뇌를 가졌다.


두 마리 크리퍼 중에 이미 한 마리를 죽인 그는 나머지 살아있는 아기 크리퍼를 찾으러 온 동족들을 해치우기 위해 미키들에게 폭탄 조끼를 입히고 먼저 크리퍼 꼬리를 100개 가져온 쪽만 살려준다는 신박한 소리를 한다.


마마 크리퍼는 살아있는 아기 크리퍼의 무사 귀환과 함께, 죽은 한 마리의 크리퍼의 복수로 공평하게 지구인 한 명의 목숨도 바치라고 한다.


여기서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인류애가 제대로 폭발한다.

매운맛 버전의 미키는 마샬에게 달려들어 빌런과 함께 산화하며 미키 17을 대신해 죽음을 택한다.


평화가 찾아온 니플헤임은 이제 크리퍼들과 인간들이 공존하는 곳이 되었으며, 비인간적인 익스펜더블 제도는 폐지되었다, 그리고 미키는 그 평화로운 세상에서 나샤와 지금도 잘 살고 있을 거다 - 아웃사이더의 우주 도피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해피엔딩을 가능하게 한건 무엇일까.

인간을 인간으로 안보는 곳에서도 존재했던 인류애가 아닐까.

미키가 둘이 되었음에도 공평하게 사랑을 줬던 나샤의 사랑.

지적 토착 생명체 크리퍼들이 인간에게 베풀었던 관용.

미키 17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던 미키 18의 헌신.


더 중요한 건 기억이 저장되어 그대로 복제된다고 해도 우리는 결코 똑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키 17, 18이 서로 달랐던 것처럼.

고유하고 소중한 생명체, 미키의 풀 네임은 '미키 반스'다.



<사진 출처 - 네이버 포토 & 유튜브 워너브라더스 '미키 17' 예고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