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블랙 미러 시즌 7 베트 누아르' (2025)
학폭은 죄다.
몇 년 전부터 불어온 '학폭 미투' 운동은 유명인 여럿을 골로 보냈다.
피해자들의 상처는 성인이 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몇몇은 직접적인 복수를 실천하기도 한다.
한국에 연진이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살아온 문동은이 있다면, 영국에는 베리티가 있다.
학창 시절 괴롭힘에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 아이들은 순수만큼 이유 없이 잔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혼자 컴퓨터만 하던 베리티는, 다수의 학생들에 의해 학교 선생님과 그렇고 그런 스캔들이 있는 미친 X으로 기억되었고, 그 시간은 베라티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시간이 흘러, 그 다수의 학생 중에 하나였던 마리아가 다니는 식품회사에 베리티가 입사한다.
문동은과 다른 점이라면, 베리티는 너무 밝고 매력적인 모습의 어른이 되었다는 것 -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마리아는 뭔가가 께름칙하다.
얘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온 걸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사회적인 왕따였던 베리티는 아름답고, 사교적이고 유능한 핵인싸가 되어있었다.
동료들은 그런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를 채용한 매니저는 뭐 거의 팬클럽 가입 일보 직전이다.
마리아는 이 정도만 해도 불편해 죽겠는데, 이상한 일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한다.
1. 직장 동료들과 스몰톡 중에 런던의 치킨 맛집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브랜드는 마리아의 남자친구가 오래 아르바이트했던 곳이라 자신 있게 "아 거기 버니스잖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베리티는 '바니스'라고 주장하는데, 그녀가 그렇게 말한 이후로 모든 기록이 '바니스'로 바뀌어버렸다 - 동료들, 구글, 심지어 남자친구조차도 '바니스'라고 기억한다, 마리아는 미칠 노릇이지만 여기까지는 애교다.
2. 회사 공용 냉장고 속 자신의 음료를 누군가가 자꾸 마신다고 투덜거리는 동료가 있다. 마리아는 일찍 출근한 날 베리티가 범인인 것을 확인하는데, 모두가 출근하자 저 X이 나를 범인으로 모는 게 아닌가.
CCTV를 확인해 보니 영상 속에서는 자신이 음료를 훔쳐 마신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현실이 누군가에 의해 변형되고 있다, 마리아는 점점 공포를 느낀다.
3. 결정적인 사건, 식품 기획자인 마리아가 베리티에게 보낸 이메일에 적힌 재료명도 베리티가 주장한 대로 바뀌었다, 이건 사기라고 저 X이 손을 쓴 게 분명하다며 악을 쓰는 마리아에게 매니저는 베리티에게 사과하라고 하며, 쉬면서 정신 상담을 받아보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마리아는 확신한다.
저 X이 뭔가를 꾸미고 있구나.
베리티의 복수는 문동은만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그 못지않게 강력하다 - 영국 스타일인가 보다.
개수작을 부릴 때마다 베리티는 목걸이를 만지작 거렸다.
마리아는 그녀의 집에 잠입해 베리티가 사람들의 주파수를 조작할 수 있는 슈퍼 컴퓨터를 갖고 있으며, 목걸이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리모컨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하더니 결국 이 정도레벨에 까지 닿은 모양이다.
문동은에게 복수를 당하며 점점 미쳐가는 박연진처럼, 마리아는 악을 쓰며 베리티에게 달려든다.
경찰이 도착하고, 베리티는 언제나처럼 가스라이팅을 한다.
마리아는 경찰의 총을 빼앗아 베리티를 쏴 죽인다, 그리고 목걸이를 이용해 경찰들에게 자신을 따르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절대 권력을 갖게 된 마리아.
학폭 가해자 마리아는 해피 엔딩을 맞이한 것일까.
학폭 피해자의 베리티는 그 고통으로 복수만을 위해 사는 괴물이 되었고, 그녀는 가해자들이 자신처럼 괴물이 되어 자멸해 가기를 바랐다.
자신처럼 가짜 뉴스를 통해 고립과 소외를 느끼다가, 결국 삐뚤어진 권력을 갖게 된 마리아는 완벽한 복수의 대상이 되었다.
베리티는 현실과 진실이 모호해지는 현대 사회에 딱 맞는 수법으로 복수를 완성해 냈다.
아,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된 마리아는 앞으로 그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까, 긍정적인 방향이진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 난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