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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남아 사랑꾼 Apr 15. 2024

친구야, 잘 가라

4월 봄날 떠났습니다.


이 봄날, 내 친구는 이 세상의 끈을 놓았습니다. 어제 화창했던 봄날을 보고 떠나 그나마 다행입니다.  오늘 아침,  봄비가 내린다.


 달전 그의 암 재발 소식을 듣고 난 3.6자 브런치에 '당신은 임종의 시간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그 당시 2개월 정도는 산다는 말을 들었다. 그 후 1달 경우 넘게 살다 갔다. 집으로 병문안 가서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 먹고 놀다가 왔다. 그때 그가 절친이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소원해진 친구를 데리고 가서 서로의 손을 잡게 해 주었다.


그 이후 그의 병세가 더 안 좋아져 서울대 응급실, 용인 호스피스를 거쳐 집 근처 요양원으로 옮겨 오늘 새벽에 저세상으로 갔다. 며칠째 곡기를 넘기지 못하고 알부민 주사를 맞았다고 한다. 마지막 가는 길엔 아들딸을 보자 가늘게 눈을 뜨고 이내 감았다고 한다. 그의 나이 62세다. 마지막에  이 귀가 닥힌다고 한다.  저세상으로 가기 전엔 죽으서도 귀를 열어 놓고 어쩜 빈소에 온 이들의 짠한 마음을  굽어볼지도 모른다.


  촌놈으로 상경해 열심히 살고, 늘 쾌활한 분위기 메이커였다. 나의 시골 초딩 친구였다. 그러니 50년은 넘은 친구다. 내가 해외를 왔다 갔다 해 대학 때부터 그와 다시 상봉해 북한산서 라면도 끓여 먹고 그의 자취집에서 김치찌개도 같이 먹고 뒹굴며 보낸 지난 세월이었다.


다 장성한 아들딸과 부인을 두고 떠났다. 세상 사는데 큰돈이 필요 없을 텐데 보통의 우리처럼 돈에 집착을 했고, 돈 때문에 친한 친구와 10년 이상 끌던 소송도 이제 막 끝나려는 참이었다. 나는 만날 때마다 먹고살 만큼 있으니 소송 포기하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자수성가한 그의 눈에는 난 그저 세상 물정 모르는 그런 탁상머리 서생이었었다. 세상이 늘 선함으로 가득 찼다느니, 그렇지 않더라도 선은 악을 이긴다는 둥 어디 성경이나 도덕경에나 나올 법한 세상에 나는 살고 있다는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김훈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다음과 같이 죽음을 바라보았다.


 "죽으면 말길이 끊어져서 죽은 자는 산 자에게 죽음의 내용을 전할 수 없고, 죽은 자는 죽었기 때문에 죽음을 인지할 수 없다. 인간은 그저 죽을 뿐, "


"가볍게 죽고, 가는 사람을 서늘하게 보내자.  단순한 장례 절차에서도 정중한 애도를 실현할 수 있다. 가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의술도 모두 가벼움으로 돌아가자.


 "(화장한 후) 뼛가루를 들여다보면 다 알 수 있다.


 이 가벼움으로 삶의 무거움을 버티어낼 수 있다.  결국은 가볍다.  나는 행복한 사람"


오늘부터 빈소가 준비된다. 아들딸들이 친구가 없고 그 많던 동생들과도 큰 왕래가 없어 부인이 걱정한다고 한다. 오늘부터 그의 빈소를 지키면서 그를 편하게 보내 주려고 한다.


친구야,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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