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남아 사랑꾼 11시간전

7월 비 오는 풍경

통근버스 내 개똥 생각


7월이다. 장맛비 예고가 맞아 들어 가는지 아침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더니 이제 빗방울이 떨어진다. 일회용 흰색 우산 위로 똑똑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다.


통근버스 기사님의 뒤 오른쪽 맨 앞자리에서 자리를 잡았다. 여느 때는 중간쯤의 자리를 선호하는데 오늘은 다르다. 그 이유는 비 오는 날 전면에 보이는 비와 강남으로 가는 경부선 초입의 자동차 뒤꽁무니의 빨간색 신호등 행렬을 보는 재미를 보기 위해서다.


고층 아파트 단지를 지나 양재를 넘어가니 양쪽 도로변에 짙고 깊은 신록이 유리창 밖으로 손쌀같이 지나간다. 저 울창한 숲들도 여름 태양 볕이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하나둘씩 알록달록 단풍 옷으로 갈아입고 이내 낙엽이 되어 땅바닥 여기저기 내 뒹굴며 후손의 자양분으로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나는 휙 지나가는 이 순간 속에서 인생의 덧없음과 찰나의 순간을 생각한다.


찰나의 우리 인생은 더 큰 호흡으로 움직이는 자연의 섭리와는 다른가, 같은가. 크게 보아 다르지 않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 다른 하나는 보이지도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 속성 때문에 차이가 날 뿐 본질은 같다는 생각을 한다.


통근 버스의 옆창문 위에서 물이 흐른다. 주말 여주집이 떠오른다. 김훈의 '허송세월' 중 태풍전망대의 글이 와닿는다. "멀리서 소나기가 시작되면 아직 비가 닿지 않은  숲은 수런거리기 시작하고,.."의 구절처럼 여주집 뒷산의 골바람이 '수런거리며' 소나기를 예고한다. 이내 비가 쏟아진다. 뒷산의 밤나무에 밤하늘 저 멀리 반짝이는 별모양의 작은 밤송이가 장맛비를 한 끗 맞고 점점 커져간다. 머지않아 저 어린 밤송이도 영글어가며 입을 쩍 벌리며 속에 있는 땡글 땡클 밤알이 무거워 토해낸다. 그러면 다람쥐며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 배설하며 그 똥이 다시 밤나무의 자연에게 돌아간다.


다시 한번 인생의 찰나와 윤회의 자연 섭리를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을 하는 까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