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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남아 사랑꾼 Jul 05. 2024

오늘, 남은 인생의 첫날처럼

여주 도자세상 강변 공원에서


어젯밤 여주에 와서 아침에 서울로 출근하는 아들을 태워주고, 집사람 플러스 히꼬와  남한강을 끼고 있는 신륵사 근처의 여주 도자세상 강변 공원을 걷고 있습니다. 어제 밤새워 온 비도 모르고 숙면을 한 덕분인지, 여주의 아침의 바람은 기분 좋을 정도로 선선합니다.


공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던 산토끼가 보여 히꼬의 고삐를 놨더니 히꼬는 사냥 DNA의 본능이 살아 손쌀같이 토끼를 쫓는데 숲 속으로 쏙 들어가자 허탈해하며 이리저리 살피고 있습니다. 눈매가 매섭습니다. 집에서 신나면 벌렁 드러누워 흰 배를 보이던 히꼬가 아닙니다. 오래전 본능이 꿈틀거리는 태초의 유전자가 발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히꼬가 이 나무, 저 나무, 이 기둥, 저 기둥에 코를 갖다 대며 '파르르'떨며 전율을 느끼는 것이 고삐를 잡은 내손까지 전해집니다.


본능에 충실한 히꼬가 부럽기도 합니다. 반평생 조직문화에 갇혀 본능에 충실하지 못한 나 자신과 보통의 우리 인간과 다른 점입니다. 나는 히꼬를 부러워하는데 히꼬는 나를 부러워할까.


너무 이른 탓에 공원 내 커피숍이 문을 열지 않아 여주 아침 바람을 맞으며 오늘이 남은 인생의 첫날이라 생각하며 하루의 소중함에 감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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