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은 인생의 첫날처럼
여주 도자세상 강변 공원에서
어젯밤 여주에 와서 아침에 서울로 출근하는 아들을 태워주고, 집사람 플러스 히꼬와 남한강을 끼고 있는 신륵사 근처의 여주 도자세상 강변 공원을 걷고 있습니다. 어제 밤새워 온 비도 모르고 숙면을 한 덕분인지, 여주의 아침의 바람은 기분 좋을 정도로 선선합니다.
공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던 산토끼가 보여 히꼬의 고삐를 놨더니 히꼬는 사냥 DNA의 본능이 살아 손쌀같이 토끼를 쫓는데 숲 속으로 쏙 들어가자 허탈해하며 이리저리 살피고 있습니다. 눈매가 매섭습니다. 집에서 신나면 벌렁 드러누워 흰 배를 보이던 히꼬가 아닙니다. 오래전 본능이 꿈틀거리는 태초의 유전자가 발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히꼬가 이 나무, 저 나무, 이 기둥, 저 기둥에 코를 갖다 대며 '파르르'떨며 전율을 느끼는 것이 고삐를 잡은 내손까지 전해집니다.
본능에 충실한 히꼬가 부럽기도 합니다. 반평생 조직문화에 갇혀 본능에 충실하지 못한 나 자신과 보통의 우리 인간과 다른 점입니다. 나는 히꼬를 부러워하는데 히꼬는 나를 부러워할까.
너무 이른 탓에 공원 내 커피숍이 문을 열지 않아 여주 아침 바람을 맞으며 오늘이 남은 인생의 첫날이라 생각하며 하루의 소중함에 감사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