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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남아 사랑꾼 Jul 26. 2024

한국은 왜 경제 발전을 했을까

유엔 근무 후배로부터 배움


작년 언젠가 공항에 마중 나온 후배가 다시 나를 마닐라에서 반겨 주었다. 내가 얼마만이냐고 묻었지만 묻는 나도 그도 둘 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저번에 왔을 때 썼던 카카오스토리를 검색해 보았다. 2023.9.25이었다. 선배들이 50세는 50킬로, 60세는 60킬로, 70세는 70킬로 세월이 간다라는 말이 새삼 와닿는다. 난 지금  63킬로로 달리고 있다. 보통 60킬로의 도로 표지가 많은데 그 기준으로 보면 지금 나는 초과 속도로 가고 있다.


밖에는 우기(6~10월)라서 거센 비가 내린다. 작년 9월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려 비행기가 연발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태풍 경보는 있었으나 무사히 마닐라에 도착했다.


호텔에서 유엔에서 17년 근무한 또 다른 후배를 만났다. 그 후배와 오늘 늦은 아침을 하는데 후배가 갑자기 "형, 한국이 경제 발전을 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는다. 나는 평소 생각대로 " 교육 아닌가?,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들이 먹을 것도 충분치 않았는데 자녀 교육에 공을 기울여 형제들이 다들 제 길을 갔지. 부모가 교육을 중시한 동네 또래들 또한 교육 여부에 따라 세속적으로 출세를 한 거 보면, 역시 교육, 즉 인적자본 투자가 경제 발전의 핵심이 아닌가?"라고  실증적 사례를 들며 답변했다.


 최근 세계은행의 발표(2024.8월)에 따르면, (한국이) 중진국 함정의 덫을 탈피해 경제발전을 이룬 3대 요인(발전 단계에 따라 순차적 및 additively)으로 3I로 일컫는 1i: investment(투자: 전국민 대상 초.중등 교육,국공립대 중심의 인재 교육,전력망 등 기반 시설 구축),2i:  investment + infusion(기술 도입: 한국 주요 기업이 일본 등 글로벌 기업의 기술 도입, 정부가 기술 혁신 라이센스 수수료 보조), 3i: investment +infusion+ innovation(혁신: 정부가 글로벌 기업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독려, IMF 위기 당시 모든 재벌 기업을 보호하지 않음, 위기 이후 태난 작은 기업들이 혁신의 씨앗이 됨)을 제시했는데 investment 요소 중 교육, 특히 초등학교 졸업 등 높은 문맹퇴치율을 꼽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준비된 답변이 있었다. "그렇다면 1960~70년대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보면

GDP 대비 교육비 지출이 우리보다 더 많은 데도 왜 그들은 선진국이 못 되었나요?"라고 묻는다. 난 " 아 그런가"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난 만회해 볼 생각에 그럼 인프라 투자가 아니었을까?"라고 했더니, 그의 답변은 교육비 투자 논리와 같은 답변을 했다.


난 하는 수 없이 "그럼 국 경제 발전의 핵심 요인은 뭔데"라고 물었다. 이젠 꼬리를 내려  한수 배우자는 말투였다.


자기가 개발 업무만 25년 해 왔는데  자기 생각엔 '협동정신과 이를 구동한 이데올로기'라고 한다. 우리에겐 있고 말레이시아와 태국에는 없는 거라고 한다. 이념 좌표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는 박정희의 공과는 새마을운동 통해 '협동정신'을 만들어 냈고, '잘살아보자'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이어 말한다. 필리핀이 아시아 최초 대학을 설립해 고급 인재를 배출했는데도 왜 필리핀은 발전하지 못했나. 교육이 핵심이라면 필리핀은 지금 발전했어야 한다고 한다.


결국 그가 말하는 경제 성장 핵심 요인으로  협동정신과 이데올로기를 제시한 것은, 단순 교육과 인프라 뿐아니라  애쓰모글루와 로빈슨(2024.10월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경제발전은 '제도'(경제 및 정치제도가 일부 계층을 위한 착취적 extractive 제도냐 아니면 포용적  inclusive 제도냐) 결정한다는 이론을 넘어 협동정신이 있어야 충분조건이라는 말이다. 그 속엔 협동정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이 이루어졌고, 경제성장이 일어나자 교육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 발전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그럼  이러한 요인들이 AI, 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라는 데까지 이어졌다.


그는 창의성과 혁신이 중요한데 이는 기존 경제발전 요인과는 또 다른 것이라고 다.  세계은행의 중진국정 탈피 해법 중 마지막 단계인 2i, 즉 혁신(innovation)과 닿아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 실리콘 밸리가 성공한 건 혁신을 가져오는 생태계, 즉 서로 다른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융합하는 생태계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려면 칸막이 문화와 규제를 없애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맞는 말이다라고 생각하며 느긋한 마닐라 호텔에서 아침 공부를 했다.


태풍에 호텔 밖 대나무가 심하게 흔들리지만 부러지지 않고 너울 된다. 그 옆에 서 있는 나뭇잎과 잔가지 많은 굴은 나무의 군데군데에는 강풍에 못 이겨 흰 살을 들어내고 부러진 모습이 보인다.


 '부러움은 강함을 이긴다'는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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