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남아 사랑꾼 Oct 09. 2024

안 해본 일, 늦게라도 해 보기

그래서 후회하지 않기


우리가 살면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우리 세대는 한번 직장이 평생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는  

서양인처럼 몸값을 올리려고, 또 다른 재미를 찾아서 주기적으로 직장을 옮겨 다니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허고 싶은 여행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는 패턴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리 첫째도 벌써 3번째 직장이다. 한직장 근무 기간이 약 2년이다. 내가 한 직장에 35년 근속한 것과 사뭇 다르다. 라떼라고 하겠지만 우리 땐 새벽에 나가 새벽에 들어오고, 주말에도 사무실 나가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두 아들이 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제 시간이 나서 놀자하니 안 놓단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우리 집 기념둥이 히꼬하고 놀아 주고  맛있는 간식도 챙겨준다. 내가 두 아들한테 10분의 1만 했어도 좋은 아빠 소리 들었을 것이다.


내가 안 해본 일을 해보기에 아들과 놀기인데 못하니 히꼬하고라도 많이 놀아 주고, 내주 결혼할 둘째가 만약 자녀를  두면 아들 대신 그들 보기로 대신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들 부부가 노인아라고 거부할지도 모른다. 그럼 어쩔 수 없으리라.


난 트롯트를 좋아한다. 목욕할 때면 수시로 트롯트를 틀어 놓는다. 방이서 느긋하게 듣고 싶지만 진짜 클래식을 듣는 마누라의 수준 타령에 귀가 따가워 목욕탕이 적격이다.


이제 부산에서 혼자서기 중이고 넓은 아파트에서 뭐라는 마누라도 없어 메들리 트롯트를 실컷 듣고 있다.


지난주 해운대 굿밤 콘서트에 장윤정, 트롯 2 스타 박지현과 김희재가  나오는 해운대 해변의 굿밤 공연 현장 티켓을 사서 라이브 트롯트도 인죠이했다.


주현미 콘서트 공연 홍보하는  머린시티 도로 포스터가 나부껴 큰맘 먹고 S석을 샀다. 예전만 못한 인기 때문인지, S석이 비싸서인지 운 좋게 주현미가 열창하면 침이 튀길 맨 앞 줄 좌석을 예약했다. 평생 한 번도 못 간 콘서트다. 마누라 왈 죽으면 후회할 테니 잘했다고 한다.


해운대 해변에서는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다가올 때쯤 바다를 배경으로 버스킹 형식의 각종 작은 연주들이 열린다. 오늘 10.9  한글의 날에도 부부로 보이는 분들이 이미자, 이용복 선생의 트롯트를 메들리로 부른다. 혼자서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고 있다 보니 산책 나온 분들이 모여든다.


또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하고 안 한 걷기 운동이다. 하루 2만 보는 걷고 조금 나오기 시작하는 뱃살도 줄이고 있다. 집 앞 동백섬과 해운대 해변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살면서 생활인으로선 젬병이었다. 해주는 밥과 빨래며 세금이며 청소며 녀 교육이며 모두 마누라가 전담했다. 그간 나는  아재 개그 수준으로 외교와 내치를 분리해 나는 돈벌고 바깥 일 하고, 그 나머지 집안 일은 마누라 몫으로 분담했다. 부산 와서 혼자 살기 해 보니 밥해 먹고 빨래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간 편히 살았다는 샹각이 든다. 안 해본 일 한다. 그냥 생존을 넘어 요리도 해 보려고 한다.


이런저런 안 해 본 일해보기 중이다. 하다가 재미없으면 안 하려고 한다. 좋으면  속하고. 마음이 하라는 대로 하고,  해야 하기 때문에 한다는 생각이 들면 스톱하려고 한다.


해운대 가을 해변에 어둠이 짙게 내리고, 해변 어둠을  불야성같은 The Westin Josun호텔이 보인다. 트롯트 연주자의 메들리는 계속되고 있다. 가을바람이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