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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Dec 30. 2023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마음 ❤️‍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이스포츠에 대한 애정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 T1


어떻게 이스포츠를 좋아하게 되셨나요?

어렸을 적부터 유독 게임을 좋아했던 것 같다. 엄마의 긴 외출은 컴퓨터를 하기에 좋은 시간이었고, 늦은 새벽 몰래 숨기며 했던 폰 게임을 발각당했을 때는 죽음(?)을 맛보기도 했다. 몇 번이고 혼나고 싸워도 계속되는 나의 게임 사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학교 1학년, 소규모의 게임만 즐겨하던 나는 누구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되었다. 첫 한 달은 게임의 폭발적인 인기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었지만, 한 달이 채 되지 않을 무렵부터 매일 게임에 접속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백 번을 져도 한 번을 이기면 희망이 다시 살아나는 무서운 게임에 나는 중독된 것이다. 승리의 달콤한 즐거움과 패배의 불타는 분노 사이에 게임은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롤이라는 게임은 나에게 애증의 존재였지만, 어떻게 보면 애(愛)가 더 클지 모른다. 실력과 성적에 상관없이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캐릭터를 배우고 스킬을 익히며 자연스럽게 게임 방송과 이스포츠를 접할 수 있었다. 어쩌면 늘지 않는 실력에 초고수들의 미친 듯한 실력은 대리만족을 선사해주었던 것 같다. 어느 샌가부터 정규 리그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리그 내의 모든 팀의 구성원을 알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 좋아하는 팀의 경기 직관을 가기 위해 티켓팅을 하는 나도 발견할 수 있었다. 게임의 현장감과 뜨거운 열기를 느꼈던 2023년의 여름 직관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다.



왜 이스포츠를 좋아하게 되셨나요?

2023 LoL 월즈 챔피언십 결승전. 고척돔은 물론 광화문 거리 응원까지 관객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최근 이스포츠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11월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즈 2023 챔피언십의 누적 시청자 수는 약 4억 명으로 소위 말하는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으며 2023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올해 우승자인 T1의 경우 두꺼운 팬층과 전폭적인 지지로 TV 예능 출연, 연예인 챌린지 참가 등 이스포츠의 얼굴로서 세상에 등장하고 있다.


프로게이머 만큼 실력이 출중하지는 않지만, 이스포츠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 하나만큼은 같은 ‘롤 유저’로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100여 개가 넘는 캐릭터 수와 400여 개가 넘는 스킬. 캐릭터별 상성과 아이템 활용이 포인트인 롤을 위한 롤 파생 콘텐츠 시청은 롤 유저들에게 필수적인 코스가 되었다. 입문 강의, 스킬 콤보 강의, 프로게이머 강의…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노력들은 자연스럽게 최고에 앉은 프로게이머들에게로 우리를 이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도 아는 게임, 나도 할 줄 아는 플레이의 극한을 보여주는 것에서 얻는 재미와 만족! 인기 스포츠인 축구, 농구에 대입해본다면 한낱 게임이 왜 스포츠로 분류되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게임을 직접 하지 않아도 이스포츠를 보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게임의 규제나 비매너 유저의 플레이로 고통받는 게임 유저들은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게임을 하는 사람도, 하지 않는 사람도 마음 편안할 수 있는 스포츠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스포츠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왜…?

인기 선수 페이커의 인기 짤로 다양한 버전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우측 원본)

게임에 대한 사랑은 게임 유저들을 자연스럽게 이스포츠로 이끈다. 잘하는 선수에게는 열성 팬들이 생기고, 장수하는 선수에게는 좋은 팬들이 남는다. 최근 들어 커지는 이스포츠와 이스포츠 팬덤은 서로를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최근 이스포츠나 게임 산업 콘텐츠는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다. 유튜브 방송, 팝업스토어, SNS이벤트, 애니메이션까지! 온종일 봐도 질리지 않는 것투성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정규 리그 (스프링, 써머) 팬미팅이었는데, 매주 2~3회 진행되는 팀 경기에서 승리한 팀들의 팬미팅 개최였다. 분기별로 1~2회 정도로 적게 진행되는 연예인들의 팬미팅과는 달리, 리그별로 매주 진행되는 팬미팅이 팬과 선수의 유대감을 상승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유입되는 팬들이 증가하며 각 구단에서는 최선, 그리고 최대의 서비스를 하는 셈이다. 특히 유명 선수 ‘페이커’가 소속된 T1은 개인 유튜브 채널뿐만 아니라 팝업스토어 개최, 롤파크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음은 물론, T1 PC방이나 헤드셋 등의 게임 장비 체험단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종 SNS에서의 반응이나 파생되는 이미지, 선수 기습 숭배(?)밈만 봐도, 이스포츠는 사람들의 삶에 생각보다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좌) 걸그룹 KDA (2018) / (우) 보이그룹 HEART STEEL

뜨거운 이스포츠의 열기는 게임을 벗어나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는 콘텐츠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이스포츠와 케이팝의 만남이다. 2018년 시작된 리그오브레전드의 자체 제작 걸그룹 ‘KDA’의 선풍적인 인기를 기반으로 2023년 보이그룹 ‘HEART STEEL’을 선보였다. 라이엇 뮤직 소속의 이들은 글로벌한 가수 선별과 트렌디한 음악 발매로 롤 국제대회 및 행사의 즐거움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음과 동시에 ‘살아있는 전설’ 페이커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여서일까? 리그오브레전드의 자체 제작 그룹/밴드에는 항상 케이팝 가수가 포함되어 있다. 2023 롤드컵 결승 주제가 ‘GODS’의 가수는 걸그룹 뉴진스로 결정되었고, HEART STEEL의 데뷔곡 ‘Paranoia’에서는 그룹 엑소의 백현이 메인 보컬을 담당하고 있다. 아이들의 전소연, 엑소의 백현과 같이 이스포츠나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 역시 ‘유명한 가수’라는 좋은 매개체를 통해 대중성을 사로잡아 게임이나 이스포츠 문화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것이다. 오타쿠의 팁을 주자면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의 노래가 아닌 ‘유명 가수가 참여한 노래’라는 핑계로 지인들에게 들려주기 딱 좋다.


그래서 내가 이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이자 이스포츠의 매력 포인트는 ‘가까움’인 것 같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운동장도, 장비도 필요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있는 노트북, 데스크톱만 있으면 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냥 집 근처 PC방을 찾기만 하면 된다. 멀리 가지 않아도 직접 할 수 있는 게임과 볼 수 있는 최고 선수들의 질 좋은 플레이는 일상과 닿아있어 더 매력적이다. 한국이라는 이스포츠 강국의 팬덤과 접근성이 쉬운 콘텐츠는 어떤 스포츠보다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게임을 잘 못해도, 응원하는 팀이 계속 패배한대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이스포츠를 즐기고 사랑하는 그 마음 자체니까!



언제까지 게임을 좋아하실 건가요?

우리는 게임 같은 인생을 산다. 남과 경쟁하고, 팀을 위해 희생하고, 목표를 가지고 달려 나간다는 점에서 리그오브레전드, 그리고 모든 게임과 인생은 어딘가 닮아있는 것 같다. 나는 계속해서 모니터 속 작은 인생에 애정이 어린 관심을 보내고 싶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언젠가 승리나 해피엔딩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에디터 라니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자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자 데프트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자 페이커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게임을, 아니 인생을 플레이 해야 할까? 몇 번이고 패배를 겪어도 좋다. 새로운 판을 시작할 기회는 언제나 곁에 있다. 각자만의 방식과 신념을 지키며 묵묵히 싸우며 희비를 교차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모두 승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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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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