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봉인이 풀린 듯 보이지만, 어쩌면 그 상자는 경고음을 수도 없이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외견상 견고해 보이던 세상을 돌풍과 같이 휘저어 순식간에 분열과 혼돈 속으로 던져버린 판도라는 과연 누구이며,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을까?
이 세상의 큰 물줄기들은 오랜 세월 끊임없는 작용을 통해 넓고 깊게 자리를 잡고 흐른다.
그러한 큰 흐름 속에 물길이 막혀 고이고 썩어가는 부분들과, 물길을 막아서는 바위들이 늘 있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물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썩은 부분은 정화될 것이고, 바위는 깎이고 깎여 물에 흡수되어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물길은 더욱 넓고 깊게, 그리고 웅장하게 흐르게 될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고통과 혼란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상자 속에는 늘 희망이 남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