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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머리 Mar 29. 2023

결혼을 생각하니 잠이 안오기 시작했다.

잠 못 자면 늙을 텐데


어릴 때는 리만 대도 잘 자는 사람이었다. 그 시절에 잠 오는 것들을 영끌해서 써버린 걸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잠을 자기 힘든 사람이 되어있었다. 특히 회사에 입사해서는 하루 5시간 정도의 수면시간으로 굳혀져 생활하던 중 최근 받은 건강검진에서 불면증 상담을 권유받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으레 하는 걱정 염려증 의사 선생님들의 멘트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최근 결혼이라는 인생의 빅이벤트를 맞이하기 위한 부모님과의 갈등상황에 남자와 결혼하는 게 맞나 싶은 불안이 나의 수면시간을 더 갉아먹었다. 결국 수면시간이 네 시간 아래로 접어들자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느껴져 비로소 수면상담을 알아보았다.


상담이라니, 단어부터가 무겁게 느껴져 일단 스스로 불면의 원인을 찾아보기로 했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너무 이기적이라 하고 남자친구는 가끔 내가 사이코패스 같다는 말을 하며 주변에서는 공감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들이 저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사람들과 얘기할 때 이 사람이 기분이 좋은 건지 나쁜 건 지에 대해 잘 모를 때가 많아서 나 스스로도 불편했다. 이런 내 사고체계가 엄마아빠나 남자친구와의 소통에서도 오히려 더 둘 간의 소통을 악화시킬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내가 이상한 게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나 모든 사건의 범인이 내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의심이 확고해질 무렵 회사상담센터를 내방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수면상담 전 진짜로 나는 문제 있는 사람이 아닌 지내 성격에 대해서 객관적인 지표를 알고 싶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종종 나오던 사이코패슨가 스스로도 궁금증이 들었다. 어쨌거나 이런 스스로의 성격문제를 인지하며 방문하였는데 선생님 역시 공감하며 성격검사부터 권유해 주었다. 기왕 하는 거 이것저것 다 해보자고 하셔서 TCI, MMPI, 문장 채우기까지 3종을 행하였다.


결과를 들으러 간 두 번째 상담날, 나의 성격이 항목별로 수치화되어 있었다. 성격검사는 각 항목을 사람들의 백분위 대비 나의 위치를 알게 해 주었는데 그중에서 평균이 아닌 것만을 체크하면서 분석해 주셨다. 크게 내가 가지고 태어난 기질적인 부분과 그 기질을 바탕으로 형성된 성격으로 나누어졌다.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은 공감성이 기질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그런 유전자를 가져도 기질을 파악하고 관리해 주면 후천적으로 성격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노력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검사 중 가장기억에 남는 건 문장 채우기였다. 선생님은 내가 문장을 지을 때 나, 내가, 나는 식의 단어가 많이 들어가는 것을 캐치해 주셨다. 나중심으로 사고가 들어간다는 반증이라고 한다. 문장 채우기 검사 중에 답하기 어려웠던 것이 몇 문장 있었다. '내가 가장행복할 때는..?'라든가 '사랑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이런 것들은 왜 그런지 대답하기 어려웠다.


입사를 준비하면서 취업을 위한 인적성검사만 보다가 이렇게 나를 위한 심리검사는 처음이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나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몰랐던 내면을 알게 된 것 같아 한편으로는 '이거 검사가 부정확한 거 아니야'라는 자기부정이 들었지만 역시나 아직 조차도 모르는구나 반성했다.


불면증 상담은 그다음에야 비로소 시작하지만 내 마음이 조금은 말랑해진다. 나의 공감성 수치 결여 방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게 맞으니까 한편으로는 이런 유전자를 준 엄마아빠도 '이런 나를 감내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아직도 공감능력 떨어지는 나지만 그럼 또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는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노력으로 바꿔 생각해야 해 마인드로 제를 인식하고 개선해 보기로 했다.


결혼은 나와 제일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비록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준비 없이 지른 결혼 커밍아웃이지만 지금이라도 만회를 위해 좀 더 노력해 보고자 음 상담일정을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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