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하기보다는 통제하고 싶은 LH아파트 관리사무소
갑질
TV 뉴스¹⁾에 어느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갑질 이야기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갑은 관리사무소 관리직원, 을은 같은 관리사무소 청소 담당 직원들이었다.
관리직원은 청소 담당 직원의 업무를 감독하기 위해 청소를 한 후 담당구역에서 청소도구를 들고 셀카 얼굴 인증 사진을 찍어 올려서 보고를 하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충격적인 관리 업무를 하는 그 아파트는 LH공사의 임대아파트였다. 청소직원들은 이런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게 수치스럽다고 호소하였으나, 관리직원은 “청소원들이 자기 직업을 창피하게 느낀다는 게 문제다”라고 하며 이들의 호소를 묵살했다고 한다.
LH공사는 오랜 기간 우리나라의 공공주택 공급을 담당해 온 기업이다. 공기업의 특성상 아무래도 시대적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데 익숙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물론 관리사무소는 LH공사의 위탁업체이긴 하지만 결국 감독기관인 LH공사와 인적, 물적으로 많이 엮여 있을 것이기에 LH공사가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뉴스를 보고 문득 과거에 방문했던 LH공사가 지은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풍경이 떠올랐다.
고장 난 주방 레인지후드를 교체해 주기 위해 아파트를 방문하였다. 주방후드에는 자동식소화기가 설치되어 있다. 공동주택의 주방 후드 안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소화기다. 그런데 소화기 센서에 이상이 있어서 전원을 꺼놓은 상태였다. 센서가 오작동 시에는 비상경보가 울리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때문에 꺼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AS가 필요한 상황이나, 나이 드신 주인분은 어디에다 문의해야 할지 모른다 하여 내가 대신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방문하였다. 사무소를 들어서는데 문 위에 붙어 있는 간판이 예사롭지 않다. 'Control Center', 한글도 아니고 영어로 쓰여 있다. 번역해 보면 지배하다/통제하다/장악하다 라는 뜻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명칭에 시선이 멈춰졌었기에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우리가 사는 동네의 행정을 맡고 있는 동사무소의 명칭이'XX행정복지센터', 'OO주민자치센터' 등으로 바뀐 지 오래다. 구시대의 통제 또는 감독기관의 역할에서 벗어나, 동네의 일은 주민이 주인이 되어 이루어지고 동사무소는 이를 지원한다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시대적 환경에 따라 관리 업무의 성격이 바뀌며 관리 주체의 명칭도 이를 반영해 가는 추세다.
그러니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아파트 주민 또는 직원을 통제한다는 뉘앙스의 간판이 참 낯설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회귀한 느낌이었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났음에도 이 뉴스를 접하자마자 그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떠올랐다. 그만큼 'Control Center'라는 명칭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됐었다.
그 간판의 의미는 아직도 주민들 또는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을 지원하기보다는, 통제를 통하여 자신들의 존재감을 뽐내는 주민들의 상전이고 싶은 욕망의 표출인 것이다. 그러한 마음이 은연중에 있기에 중지해 달라는 호소에도 아랑곳 않고 청소직원에게 저리 모욕적인 보고를 서슴지 않고 시킨 것이리라.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 구태적 발상과 행동들은 아직도 과거에 머무르고 싶은 꼰대들의 욕심인가, 아니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무지함인가. 어떤 경우이든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머무른다면 결국 쇠락하여 소멸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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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BS 8뉴스, “LH 임대주택 청소 노동자, 얼굴 인증사진 보고”. 20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