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하굣길을 후문으로 택한 날에는 인수 분식에서 군것질을 하러 간다는 것이었다. 인수 분식 매대에는 다른 집과 다르게 포장용 불량식품이 아닌 음식들이 진열해 있었다. 개중에 나는 가루 수프로 시즈닝 한 직사각형의 조각난 라면과 새빨간 초고추장이 한 줄 뿌려진 서너 알의 삶은 메추리알 꼬지를 보면 환장을 했다. 여전히 그곳이 존재하는지는 나는 모른다.
참, 작년에 5명의 손님을 내 공간에 초대했을 때 소울푸드에 관하여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무어라 대답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에서야 고백한다. 제 소울푸드는 초고추장이 살포시 덮인 삶은 반숙 달걀입니다!
정문으로 가야 우리 집이 금세 나오지만 후문으로 향한 이유는 알다시피 인수 분식의 메추리알 때문이었다. 초고추장이 곁들여진. 차가운 스테인리스 매대 위에 줄줄이 놓인 쟁반. 수많은 쟁반 중에서 내겐 곧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동그랗고 새하얀 메추리알만 보인다. 떨어지기 전 초고추장과 함께 내가 받아줄게,라며 중얼거린 뒤 계산을 한다.
메추리알은 초등학교 저학년 덩치에 알맞은 크기였다. 성인에게는 타조 알까지는 너무 지나치므로 닭알이 최적이겠다. 오늘의 난 실내 자전거 30분을 타고난 후 샤워를 마치고 달걀 두 개를 소금물에 넣은 채 10분 삶는다. 오늘도 빨리 먹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에 꽉 찬 10분을 기다리지 못한다. 다행인 것은 조급한 마음 덕분인지 늘 원하던 노른자 상태로 다가온다.
말캉한 달걀 흰자의 뾰족한 부분을 손 대신 입으로 톡 떼어낸다. 개나리가 아니다. 이 영롱하고 노오란 수선화다. 아니다. 달걀 노오른자다. 하하하. 달걀만 먹어도 이렇게 맛이 있구나. 그럼에도 나는 포기할 수 없다. 초고추장을 곁들인다. 인수 분식의 그 맛을 완벽토록 재현치는 못하여도 너는 내게 영원한 소울푸드다.